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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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 관점에서 문명의 진화와 지구 변천사를 기술한 이 책 오리진(Origin).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예전에 학창 시절 들었던 가이아 이론(Gaia Theory) 이었다. 지구를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가정하며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무생물과 서로 상호 작용하는 생명체로 간주한 이론이다.

부제인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를 보며 이 책은 어떤 시각에서 지구가 인류에게 영향을 미쳐왔고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지구의 자연이 변하고 생명이 발달한 과정을, 지난 '500만'년 동안 우리의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인간이 진화한 과정을,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의 능력이 발전하고 세계 곳곳으로 확산해간 과정을, 지난 '1만'년 동안 문명이 발전한 과정을, 지난 '천'년 동안 일어난 상업화, 산업화, 세계화 추세를, 마지막으로 지난 '100'년 동안 이 경이로운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 4차 산업 혁명 시대, 인공지능이니 하며 인류는 만물의 영장답게 짧은 기간에 엄청난 과학,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46억 년의 전체 지구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찰나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많은 부작용들은 이러한 짧은 기간의 경이로운 성과에 도취된 인간의 탐욕과 자만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판들의 경계를 나타낸 지도 위에 주요 고대 문명 장소들을 겹쳐보면, 놀랍도록 밀접한 관계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고대 문명들은 판의 가장자리에 아주 가까운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육지 면적을 고려할 때 이것은 아주 놀라운 상관관계이다. 지각의 균열이 초래하는 지진과 쓰나미, 화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고대 문명이 판의 경계 지점을 선호한 데에는 뭔가 큰 비밀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 세계지리, 세계사 시간에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큰 강 유역이라고 배웠다. 책의 내용을 접하니 1차원적인 지식만 전달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화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판의 충돌로 생성되는 산맥과 반대 급부로 저지대 분지가 생성되며 이 저지대에 물줄기가 흐르며 산에서 싣고 온 퇴적물이 하류에 쌓이며 비옥한 토양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비옥한 토양은 자연스럽게 농업의 생산물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게 된 것이다.


판의 충돌로 발생하여 생성된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하는 강들이 참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고원임을 이해하더라도 수 천 km의 여러 강의 발원지라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은 인간의 생존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중국이 단순히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티베트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바탕에는 지질학적, 지리적 이유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정치적 메시지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실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세기 경, 비슷한 시대에 동서양 양쪽에서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로마 제국과 한 제국은 인구와 제국의 면적까지 공교롭게도 거의 일치하였다. 당시 서로 최강의 국력을 과시하였지만 결국 영토의 경계는 자연 지형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명의 전체 역사는 현재의 간빙기에서 잠깐 동안 반짝이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잠깐 동안 기후가 안정된 시기에 살고 있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지구의 암석층을 파내 땅 위에 쌓으면서 건물과 기념물을 지었다. 우리는 특정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금속이 농축된 광석을 캐냈다. 그리고 지난 수백 년 동안 지구의 과거에서 변덕스러웠던(쓰러진 나무가 썩지 않던) 시기에 생성된 석탄을 채굴했고, 산소가 부족한 해저로 가라앉은 플랑크톤 유해에서 만들어진 석유를 퍼올렸다... 우리는 세계를 아주 크게 변화시켰지만, 자연을 압도하는 힘은 최근에 와서야 손에 쥐게 되었다. 지구는 인간의 이야기가 펼쳐질 무대를 마련했고, 그 자연 지형과 자원은 계속해서 인류 문명을 나아갈 방향을 이끌고 있다. 지구가 우리를 만들었다."

>> 빙하기 사이의 잠깐 동안의 간빙기 사이에 꽃 핀 인류의 문명은 다음 빙하기에 들어가면 불꽃은 사라지고 재만 남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지구를 개척하고 탐험하며 발전해 나가는 그 근원에는 지구라는 거대한 존재의 도움이 필연적으로 자리 잡고 있건만 탐욕과 자만에 눈이 멀어 인류의 생명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볼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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