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읽는 것 같다. 우연찮은 기회에 접했던 그의 첫 작품이 생각난다. 바로 '개미'였다.
내 기억으로는 소설책으로는 아마 처음으로 구매한 책이었을 것이다. 소설책은 여간해선 한 번 이상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잘 구매하지 않는 편인데 그만큼 재밌었다는 얘기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의 최신작이 출간되었다. 실제 발표된 연도는 2018년이다.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참 독특하게도 홀로그램 표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생의 기억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보는 시점에 따라 주인공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걸 보면 참으로 주제를 잘 표현한 참신한 기획이 아닌가 생각한다. 원서 표지는 어떨지도 궁금해지는데 원서 표지가 평범한 인쇄물이라면 도리어 역수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등장인물]
- 르네 톨레다노: 32세, 조니 알리데 고등학교 역사 선생
- 엘로디: 르네 직장동료
- 오팔 에체고옌: 최면사. 르네에게 최면을 걸어 사건의 시작을 일으키는 인물
[줄거리]
고등학교에서 서로 직장동료인 르네와 엘로디는 어느 날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최면술사인 오팔이 진행하는 공연으로 쇼의 마지막 행사로 최면사의 지명으로 심층 기억에 접근하는 최면을 체험하게 된다.
거기서 최면사의 지시에 따라 전생의 여러 방을 만나게 되고 주인공이 선택하고 싶어 한 영웅적인 삶의 전생. 제1차 세계 대전의 프랑스 참전병 <상병 이폴리트 펠리시에>를 만나게 된다. 랑시 전투에서 독일군 저지선을 뚫기 위한 임무를 부여받고 독일군이 구축한 땅굴로 침입하여 활약을 펼치지만 결국 독일 병사의 단검에 오른쪽 눈이 찔려 전사하는 체험을 접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생에 소스라치게 놀라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 주인공은 센 강에서 우연찮게 만난 신나치주의자와의 다툼 속에 그를 살해하고 만다. 생각지도 못했던 강렬한 도입부 속에 퇴행 최면을 소재로 하여 주인공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책 표지에 나온 나비를 보니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고사가 문득 생각이 난다.
나비가 내가 되어 꿈을 꾼 것인지, 내가 나비가 되어 꿈을 꾼 것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한테는 분명히 올바른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전혀 다른 기억일 수도 있고, 올바른 기억일 수도 있는 사실이 전체 사건이나 사물의 극히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의 본질은 무엇일까? 켠켠이 쌓인 그 기억들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일까??
최면, 전생, 기억 어찌 보면 흔하지만 흥미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잘 버무려 멋진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작가의 몫일 것이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개미와는 또 다른 재미와 흥미가 느껴져 그때로 돌아간 기억(추억) 속에 짧지만 긴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다. 저자의 찐팬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