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주식교실 - 최신개정 뉴에디션
이원복 그림, 조홍래 글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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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주식붐이 분 지 꽤 된 것 같다. 나도 주식을 깔짝깔짝(...) 건드려보긴 했지만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은 나같은 주식초보들을 위한 완벽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심지어 만화책이다!)

 

책은 이렇게 만화+줄글 형태로 이뤄져 있다. 정말 좋았던 건 '왕초보'라는 제목에 걸맞게 정말 완전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는 거다. 하다못해 주식과 주주의 개념부터 말이다! 더불어 주식거래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가지수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건지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막막했던 개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알려준다. 거의 주식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친절할 수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경제를 싫어하는 축에 속한다. 경제적 개념도 딱히 투철하지 않다. 부모님이 경제 개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딱 흥청망청 돈을 날리기 좋은 스타일이란 거다. 하지만 주식붐이 일면서 나도 주식을 시작해야 하나 솔깃해졌고, '초심자의 행운'으로 얼마 안 되는 돈도 벌어봤다. 그러나 큰돈을 무작정 투자하기엔 미친 짓이란 걸 나도 안다.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건 당연히 너무 큰 꿈이고... 그냥 가벼운 용돈벌이로라도 하려면 제대로 배워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 책을 미션도서로 선정했다. 다 읽고 보니 이걸 선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경제용어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지, 고등학생 정도 나이부터는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이 책을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면서 말이다. 물론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주식 천재가 된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주식시장에 대해 폭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경제적인 상식도 얻을 수 있고.

주식에 관한 내용들이라 리뷰할 내용은 많지 않지만, 20년 전에 나왔는데도 잘 팔릴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초보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도 초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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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 분노는 내려놓고 사랑을 취하라
박주정 지음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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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101 달마시안이 생각나는 제목이었다.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 이건 박주정 선생의 에세이이자, 교육자로서의 삶을 담은 자서전이다. 한때 진정으로 교육자를 꿈꿔봤던 사람으로서 배울 점도 많고 공감도 많이 가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박주정 선생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어이없게 돌아가신 일, 그리고 어쩌면 그 계기가 되었을 박주정의 담임교사. (책을 쭉 읽다보면 그 선생과 저자의 악연이 진절머리 날 정도이다. 박주정 선생이 어른스럽게 악연의 끝을 마무리지은 게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자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해, 나역시 사람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을 때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의 항해사처럼 그들에게 항로를 안내하고 인생의 빛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는 것도 깨달았다.

본문 P. 65

어찌되었든 그날 이후 박주정 선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선생님'이 되었다. 모두가 기피하는 반을 맡아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워내기도 하고, 갑작스레 집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집을 내어주기도 한다. 사비를 털어 교재나 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여기저기 손을 벌려 마침내 공동학습장을 꾸려낸다.

나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가정은 인생의 보금자리다. 옛날 어른들 말씀에 집안이 편해야 밖에서 하는 일도 잘된다고 했다. 공동학습장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빨래도 하고, 요리도 하고, 라면도 숱하게 끓여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만 오면 손끝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내를 믿는 구석도 있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족에게 너무했나 싶다.

본문 P.96

박주정 선생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물론 박주정 선생도 굉장히 존경스러웠지만 같은 여자인 내 눈에는 아내분이 정말 대단해보였다. 그는 남편이 상의도 없이 학생들을 집에 들여도 결국 그들의 도시락까지 싸가며 남편의 뜻에 따랐고, 남편이 나가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길러낼 동안 집안의 대소사며 자식을 키워내는 데 몸을 바쳤을 것이다.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소중함에 감사를 표하는 단락도 마음이 훈훈했다.

인철이는 자신을 신고한 자동차 주인에게 복수하려고 찾아갔다. 목에 칼을 대는 순간 주인이 말했다. "젊은 양반, 화난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이 칼 좀 거두고 이야기합시다. 나는 당신의 기술을 사고 싶소. 어떻게 자동차 문을 열었는지 너무 신기했어요. 대체 어떻게 문을 연 겁니까?"

본문 P. 171

책을 읽으며 가장 어이없고도 웃겼던 일화가 아닐까 싶다. <교도소 강연을 갔다가 만난 인철이 외제차 부속품 업체의 대표가 되어있는 건에 대하여....> 라는 라이트노벨로 나올 만한 이야기이다. 이른바 '될놈될'인 것이다. 물론 죄를 저질렀지만, 박주정 선생의 강의에 감명을 받고 새사람이 되어 한 회사의 대표까지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칭찬해줄 만하다. 인철의 삶을 바꾸어준 박주정 선생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픔이 많은 아이들입니다. 낙인찍히지 않도록 비밀을 지켜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고등학교 사회문화 시간에 낙인이론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사람은 찍힌 낙인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이론이다. 위에 인용한 저 문구는 박주정 선생이 미혼모 학생을 미혼모위탁 교육기관에 인계하며 당부했던 말이다.

나는 미성년자, 혹은 아이를 책임지지 못할 상황의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미성년자 미혼모는 산모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낙태를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가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혼모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녹록치 않을 것이고, 결국 아이의 인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거라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주정 선생은 반대로 '낙태는 절대로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저 일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다만, 거기에 더 붙는 조건들이 있다. '출산 후 건강관리를 잘한다.', '학업을 지속하도록 한다.' 어쩌면 박주정 선생의 의지와 목표가 더 미혼모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대차이나 종교의 관점에서 선생이 낙태를 반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라면 그 시선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면 된다. 어찌됐든 그들은 생명을 지켜냈고, 부주의 했던 하룻밤의 대가를 몸소 갚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미혼모라는 낙인을 찍으면 결국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이 복잡한 문제지만 다른 시각으로 미혼모 문제를 바라보게 된 에피소드였다.

조금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학생과 한몸으로 나뒹구는 그런 적극행정을, 그런 교육행정을 펼치고 싶었다. 한 마리 방황하는 양도 놓치지 않는.

나는 이제 중고등학교 교사의 꿈은 접은 거나 다름이 없다. 대신 내 흥미와 적성에 더 맞는 다른 꿈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교사를 꿈꾸던 시절 생각했던 내 교육관이 완전하진 않았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교사란 저런 거구나, 하는 것.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정상궤도로 올려 키워내는 것.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교사를 하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린 날의 내가 교사가 되었다면 일명 문제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 사람이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반성도 했다. 하지만 박주정 선생은 그런 아이들을 포기하면 결국 우리 사회에 안 좋은 방향으로 되돌아올 거란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교화'에 삶을 걸었고, 나는 그의 삶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이 아이들이 비뚤어지기 시작한 원인을 찾아내고(주로 가정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공감하여 바른 길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것. 책을 읽으며 은은한 감동을 많이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새 돌아가는 꼴을 보니 더 답답해지기도 했고.

요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걸 포기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선생님들은 현재 7주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들도 칭찬할 정도로 평화로운 시위라고 한다. 우리 모두 선생님들의 시위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손을 들어주어야 조금이나마 무너진 공교육이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내 이야기다. 선생님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친구고, 자녀이고, 선생이고, 제자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최전방에서 아이를 교육해내는 선생님들이 무너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자식을 쓰레기로 키워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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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성장시키는가 - 성장을 위한 경험과 성격의 변화에 대한 연구
에바 아셀만 지음, 박성원 옮김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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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작가가 독일인인데, 문체 곳곳에서 독일인 특유의 유머가 묻어난다. 가끔은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내용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의 체험은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개인의 성격은 우리가 각자 어떤 체험을 할지 결정짓는다.

본문 P. 9

내 성격이 인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무척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며 주도적으로 인생을 가꾸어나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소심하거나, 명예에 관심이 없거나,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보단 한 회사의 임원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게 바로 '성격이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책에서는 이 성격이라는 게, 우선 타고나는 기질이며 우리가 자라면서 특정하게 확립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성격은 더 다양한 경험(취업, 연애, 결혼, 육아 등)을 겪으며 변화할 수 있으며, 그 성격의 특성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오션(OCEAN)'이라고 한다.

오션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for experiem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우리가 요즘 많이 활용하는 mbti의 성격심리학 버전이라고 쉽게 이해해도 좋다.

우리는 남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걸 겪으면서 힘들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격심리학은 우리 인간이 서로 얼마나 다양한지, 왜 이처럼 다양한지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본문 p. 30

모두에게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모든 사람의 성격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고, 남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나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속썩인 경험이 많다. 그러나 누군가도 나 때문에 속썩었으리라 생각하면 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전: 저 인간은 대체 왜 저러지? 뭐가 문제지?

후: 저 인간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건 당연한 거구나. ...아니 근데 저 인간은 대체 왜 저러지? 뭐가 문제지?

...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 신기했던 건 성격 형성에도 성별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여기서도 강조하는 건 이것이 생물학적 이유만 있는 게 아니라(남자, 여자의 성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유에서도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이밖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가볍게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독일인 특유의 유머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게 읽은 책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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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 당신을 혼란에 빠뜨리는 마음과 행동의 모순
아르민 팔크 지음, 박여명 옮김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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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을까?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깨끗하고 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그럼에도 굴러가고 있다. 다만 세상이 완벽히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굴러가는 건 곳곳에서 이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선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두 가지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왜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걸까?

  2.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 받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교육 받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었고, 나쁜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같았다. 그런 현실에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상실해가고 있다.

이 책은 선한 행동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바꿀 방법도 모색한다.

윤리적 행동에는 비용과 유익의 계산이 따른다는 사실은 왜 우리가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어려운지를 설명한다. 윤리적 행위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윤리적으로 슈퍼히어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본문 p. 36

개인적으로 이번 미션 책 중, 이 책이 읽으면서 공감가는 구절이 가장 많았던 책인 것 같다.

나는 특별한 날에 가끔 기부를 한다. 생일이나 큰 장학금이 들어온 날에는 적은 금액이어도 저소득층 생리대 기부에 동참했고, 올해 6.25전쟁기념일에는 해비타트에 국가유공자 관련 기부를 했다. 내가 착한 사람임을 어필하거나 생색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윤리적 행위를 함으로써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말이 있다. '귀찮고 쓸데없이 고민해서, 약한 개체를 절벽에서 떨어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불곰과 하마와 호랑이를 이기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만으로의 회귀를 경계해야 한다.'

나는 약한 개체를 절벽에서 밀어버리지 않는, '인간'임을 상기하기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 물론 내가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돈은 내 통장에 가만히 세이브 된다. 그렇다면 자연히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니 나는 더 풍족한 한 달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용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를 행하고 있다. 큰 돈을 턱턱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이런 자그마한 선행으로 내 인간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인간적이지 않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도덕도 사라진다.

우리는 책임을 떠넘기는 인간군상을 현실에서도, 미디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당해본 사람도 있을 거고, 떠넘겨본 사람도 있을 거다. 책에서는 위임: 책임 떠넘기기의 예시로 '디젤 게이트'를 소개한다. 역사상 가장 큰 산업 스캔들로, 위임으로 인한 도덕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임의 가장 구체적이고 흔한 형태가 '하청 계약'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세상이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건가 싶어졌기 때문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커지고, 인류애는 하락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와 상관없이 선한 일을 하며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든, 모든 것은 위대한 에리히 케스트너의 훌륭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선은 없다.

예외: 사람이 선을 행할 수는 있다.

더는 덧붙일 말이 없다.

짧은 에필로그의 전문이다.

이 구절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인간이 저 두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 이 세상에 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선을 맞닥뜨리는 경우보단 악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짧디 짧은 내 생애를 통틀어도 그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선을 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아직도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세상은 더럽고 추악하다고 믿으며, 인간에 대한 신뢰역시 바닥이다. 하지만 선을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나 스스로가 '선하게 살았구나.'라고 미소지으며 눈감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전세계 모든 인류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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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수업 -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과학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경일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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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와 3.1 문화재단이 함께 발간하는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다. 시리즈의 첫 책을 가제본 미션으로 받아본 적이 있어서 이번 책이 유독 반갑다.

나는 이 시리즈를 직장인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데, 우선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약 170쪽 되는 분량에 폰트 크기가 일반 책들에 비해 큰 것도 쉽게 읽기에 한몫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가볍게 뇌에 집어넣을 책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크기 자체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들고다니기가 좋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 있다. 과연 심리학자들은 왜 인간을 실험하는 걸까? 실험이란 끊임없는 가설 검증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리고 심리학은 과학이어야 한다. 그것이 철학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흥미를 돋우었던 프롤로그의 구절 중 하나이다. 심리학은 끊임없는 가설 검증의 과정인 '실험'이 필수적이고, 고로 과학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철학과의 차이라는 것. 심리학과 철학이 다르다는 건 우리에게 당연한 개념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를 이렇게 짚어주고 넘어가서 좋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심리학 관련 용어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 내게 당장 생각나는 건,

가스라이팅

파블로프의 개

인지부조화

카타르시스

정도가 있는 것 같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용어이고, 이 책은 그 용어들 역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심리학 '수업'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자세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심리학을 설명하는 책인 것이다.

인간은 불안을 너무나도 싫어한다. 왜일까? 불안하면 이후 부정적 사건들이 불러오는 고통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안을 본능적으로 꺼려한다. 불안이 커질 때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반대인,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무언가에 필요 이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모호함을 싫어하는지를, 이 책은 엘스버그의 패러독스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으므로 다른 독자들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심리학은 결국 인간에게 상수와 변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밝혀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을 친근하게 여기는 독자도, 어렵게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데, 당연히 심리학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낯선 단어나 개념들도 마주쳤다. 하지만 저자가 워낙 친절해주기 때문에 완전하게 이 책을 끝마칠 수 있었다. 가볍게 지식을 채우고 싶은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특히 좋은 책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이 더더욱 궁금해진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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