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 당신을 혼란에 빠뜨리는 마음과 행동의 모순
아르민 팔크 지음, 박여명 옮김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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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을까?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깨끗하고 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그럼에도 굴러가고 있다. 다만 세상이 완벽히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굴러가는 건 곳곳에서 이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선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두 가지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왜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걸까?

  2.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 받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교육 받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었고, 나쁜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같았다. 그런 현실에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상실해가고 있다.

이 책은 선한 행동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바꿀 방법도 모색한다.

윤리적 행동에는 비용과 유익의 계산이 따른다는 사실은 왜 우리가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어려운지를 설명한다. 윤리적 행위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윤리적으로 슈퍼히어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본문 p. 36

개인적으로 이번 미션 책 중, 이 책이 읽으면서 공감가는 구절이 가장 많았던 책인 것 같다.

나는 특별한 날에 가끔 기부를 한다. 생일이나 큰 장학금이 들어온 날에는 적은 금액이어도 저소득층 생리대 기부에 동참했고, 올해 6.25전쟁기념일에는 해비타트에 국가유공자 관련 기부를 했다. 내가 착한 사람임을 어필하거나 생색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윤리적 행위를 함으로써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말이 있다. '귀찮고 쓸데없이 고민해서, 약한 개체를 절벽에서 떨어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불곰과 하마와 호랑이를 이기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만으로의 회귀를 경계해야 한다.'

나는 약한 개체를 절벽에서 밀어버리지 않는, '인간'임을 상기하기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 물론 내가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돈은 내 통장에 가만히 세이브 된다. 그렇다면 자연히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니 나는 더 풍족한 한 달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용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를 행하고 있다. 큰 돈을 턱턱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이런 자그마한 선행으로 내 인간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인간적이지 않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도덕도 사라진다.

우리는 책임을 떠넘기는 인간군상을 현실에서도, 미디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당해본 사람도 있을 거고, 떠넘겨본 사람도 있을 거다. 책에서는 위임: 책임 떠넘기기의 예시로 '디젤 게이트'를 소개한다. 역사상 가장 큰 산업 스캔들로, 위임으로 인한 도덕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임의 가장 구체적이고 흔한 형태가 '하청 계약'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세상이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건가 싶어졌기 때문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커지고, 인류애는 하락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와 상관없이 선한 일을 하며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든, 모든 것은 위대한 에리히 케스트너의 훌륭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선은 없다.

예외: 사람이 선을 행할 수는 있다.

더는 덧붙일 말이 없다.

짧은 에필로그의 전문이다.

이 구절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인간이 저 두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 이 세상에 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선을 맞닥뜨리는 경우보단 악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짧디 짧은 내 생애를 통틀어도 그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선을 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아직도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세상은 더럽고 추악하다고 믿으며, 인간에 대한 신뢰역시 바닥이다. 하지만 선을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나 스스로가 '선하게 살았구나.'라고 미소지으며 눈감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전세계 모든 인류가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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