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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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도리스 레싱, <고양이에 대하여>

🖋 2020. 4. 29

🌙 사람과 고양이, 우리는 둘 사이에 놓인 벽을 넘으려 애쓰고 있다.

도시에서 고양이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기 대문에 시골 농가의 고양이처럼 독립성을 터득하지 못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도리스 레싱의 산문집이다. 특별하게도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표지 뒷면을 보면 '현대사회의 모순에 천착한 작가'라는 구절로 레싱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구절이다.

이 책은 1967년, 1989년, 2000년에 발표한 에세이들을 하나로 엮은 책으로, 레싱과 함께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곁에 있어준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연민과 찬사.

그런데 옆구리가 다시 수축하자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짜증스럽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했다. 녀석의 표정과 몸이 하는 말은 분명했다. 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나는 녀석에게 명령했다. 이층으로 가! 올라가라고! 녀석은 골을 내며 올라갔다.

본문 p. 76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고양이의 출산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출산에 대해 배울 때 출산이 아름다운 과정이며 신성한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렇지만 요즈음에는 그런 인식보다 현실적인 출산에 대하여 교육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출산을 할 때 어디를 절개하는지, 얼마나 아픈지, 몸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출산을 하고도 몇 주간을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출산이 단순히 신성한 것이라고 배워왔던 멍청한 인간 1이었던 나는 레싱의 관찰력과 묘사에 웃음이 났다. 고양이는 출산에 기뻐하기보다는 짜증을 내고 귀찮아하는 듯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태어난 새끼가 보이자 새끼를 알아보고 몸을 핥아주었다는 구절이 나오자 경이로웠다. 출산이란, 그리고 자식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도 잠시 고양이가 자식들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내버려두었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조금 놀랐다.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배웠고,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그게 더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건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나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비단 고양이뿐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다. 정이 들고 헤어질 때가 두려워 그들을 들이지 못하는 나로서는 대리만족할 수 있는 매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친구들의 고양이 썰을 듣는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무엇보다 작가의 관찰력이 정말 환상적이다. 묘사를 읽어나가다보면 가지각색의 고양이들이 내 눈앞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고양이의 모든 것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하면 맞을까.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정말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인 것 같다. 더 나아가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작가의 시선에서 본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책으로 직접 감상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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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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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김석중,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2022. 5. 25

🌙 누군가 제대로 해야 할 일이기에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의 책.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이다.

이 책은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궁금했고, 또 읽어보고 싶었다.

자살현장, 고독사현장...

결코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고인의 마지막을 예우를 갖추어 보내주는 직업인 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무척이나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힘들지만, 또 그만큼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진 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작가가 이 일을 하다보니 죽음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기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고 서술한 대목이었다. 원래는 죽음을 생각하면 막연하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보고 느꼈던 다양한 삶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고. 그래서 이젠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말이다.

죽음은 대체 무엇일까?

작가는 죽음을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죽고 난 다음, 영혼의 유무보다 유품 정리나 상속 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도 일상생활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죽음을 수용해야 한다고.

아직 죽을 날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나도, 가끔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고 막연할 때가 있다.

죽음과 가까이 하는 작가조차 이렇게 초연한 생각으로 죽음을 대하는데,

나라고 무서워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들었다.

그냥... 왔던 데로 돌아가는 것뿐인데 말이다.

죽음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나에게 언제 그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매일 매 순간 정리를 잘하고 살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니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유품정리사의 직업 소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보니 생각해볼 거리도 많고 장례에 관해 배울 점도 굉장히 많았다.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만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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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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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김선희,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 2022. 6. 7

🌙 어른과 아이가 함께 걸어갈 따뜻한 세상의 마음 길을 놓으며

나는 아이가 없지만 교육에는 굉장히 관심이 많다.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고, 또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어른에게 청소년의 세계를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날개에 쓰여진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믿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있을 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들은 더 잘해내고 싶어 힘을 낸다.

어른들은 흔히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한다.

충고, 조언, 평가만 하지 공감은 해주지 못한다.

그러한 어른들의 특징을 이 책은 아프게 꼬집고 있다.

내가 고3 시절 읽었던 <당신이 옳다> 저자들이 쓴 추천사를 읽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의 작가 김선희는 본인만의 공감대화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그 보고서를 이렇게 공개한 것이다.

하나하나 자신이 상담했던 아이들의 사례를 자세히 적어두고 그들과의 대화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엄청난 공감능력에 감탄했던 것 같다.

우리 모두 학창시절을 지내봐서 알지만, 모두 예쁜 아이들만 학교에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런 아이들에게도 작가는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며 그들을 치유해주려 노력한다.

진정한 선생이란 이런 것일까.

더군다나 작가는 아이들하고만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의 고충을 이해해주고, 하나하나 공감해준다.

사람의 그릇이 얼마나 넓어야 그게 가능할까?

나는 9살 어린 남동생과의 대화에도 하루 몇 번씩 인내심을 발휘하는데 말이다.

어느정도 머리가 큰 고등학생들과의 갈등에 이렇게 진심을 다해 해결하는 선생님이 대체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그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해주면서 말이다.

우리도 모두 어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때처럼 생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리도 저랬던 시절이 있을 텐데, 어른들은 공감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작정 혼내기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어른들을 혼내는 책이다.

어른들도 아이들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모두 올챙이일 때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선생님들, 부모님들에게 특히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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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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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서평을 적기 전에 책 속에 들어있던 엽서 자랑부터!

진짜 너무너무너무 예쁘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 위 작은 한구석에서, 삶은 괜찮게 굴러간다.

엽서 뒤에 적혀있던 구절들이다. 이것만 봐도 벌써 힐링 가득한 책이라는 게 느껴질 것이다.

표지에서 얼추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래서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은 작은 공간이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해보자고 다짐하며 정원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오래된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작은 식물이나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정원에는 곤충과 동물들이 저절로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그린 게 바로 이 책이다.

그림책인 만큼 눈에 확 들어오고 그렇다고 너무 유치한 내용도 아니라서 좋았다.

환경 위기를 현재 몸소 깨닫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았고,

나 혼자라도 생태다양성을 되살려보자! 하고 이사하는 주인공의 결단력(그리고 재력)이 굉장히 부러웠다.

또 그림책이라 좋았던 점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읽힐 만한 책이라는 거다.

분명 어휘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있겠지만 부모가 책을 읽어주며 설명해주기에는 무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굉장히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곤충이 나올 때는 그림이 무척 세세한데도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신기했다.

귀뚜라미나 노린재, 잎벌레, 비단벌레 등 실제로 봤다면 소리를 지르고 피할 만한 곤충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데도

오히려 귀여운 곤충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만 들고 거부감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읽는 데 편했다.

동화책을 즐겨 읽던 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그런데 책의 내용이 자연과 관련되어 있다보니 괜히 더 힐링하는 느낌도 들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가볍게 읽기 너무 좋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이 마냥 가볍지는 않아서 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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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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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필자는 과포자다. 과학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사회탐구 1등급, 과학탐구 4등급(...)을 받는 기염을 토할 정도였다.

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과학 이야기가 나오면 꽤 흥미로워 한다. 예를 들면 웹서핑을 하다 발견하는 우주의 비밀이라든가, 상대성 이론에 관한 일화 같은 거 말이다.

셋.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문학도로 살아가면서 과학과는 아예 담쌓고 살던 나를 조금이나마 채찍질하기 위해 과학도서도 편식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도서를 고른 건 그 이유였다.

이 책은 과학 분야 중에서도 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주일에 딱 한 시간, 물리 수업이 있었는데 잘 듣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어려운 내용 투성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은 그나마 붙잡고 읽을 수는 있는 정도였다. 내가 과학에 거부감이 있어서 처음부터 조금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꽤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빅뱅에 접근함에 따라 우리의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므로, 확신을 가지고 '가장 처음'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이 개념은 오도된 것, 또는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본문 p. 229

저 문장만 읽어도 머리가 아픈 독자도 있을 것이고, 저 문장에 흥미를 가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부터 이야기했지만 나는 과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저 문장만 읽어도 머리가 아픈 독자에 속한다는 뜻이다.

진짜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중간에 책을 덮지는 않았다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과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당장 읽어보셔야 한다.

양자색역학, '시간', 지각, 태초, 그리고 우주. 외에도 많은 과학적 개념이 등장하고 무척 논리적으로 글이 전개된다.

읽어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집중하는 건 역시 나와 같은 독자들이다.

과학이 지루하고 무섭고 겁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한 번 도전해보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이 서평을 적어본다.

어쨌든 우리의 삶 자체가 과학 아니던가.

과학의 본질은 철학과 같기도 하고.

인문학도라서 과학을 싫어한다는 건 사실 핑계일 뿐이다.

과학과 철학은 그 무엇보다도 맞닿아 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겁먹지 말고 이 책에 도전해보시라는 거다.

읽다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고 잠이 몰려올 수도 있지만 일단 사놓으면 완독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를 믿고 이 책을 신청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과학 쪽, 특히 물리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한 발자국이나마 내딛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그러니 더는 겁내지 마시고,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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