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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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필자는 과포자다. 과학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사회탐구 1등급, 과학탐구 4등급(...)을 받는 기염을 토할 정도였다.

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과학 이야기가 나오면 꽤 흥미로워 한다. 예를 들면 웹서핑을 하다 발견하는 우주의 비밀이라든가, 상대성 이론에 관한 일화 같은 거 말이다.

셋.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문학도로 살아가면서 과학과는 아예 담쌓고 살던 나를 조금이나마 채찍질하기 위해 과학도서도 편식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도서를 고른 건 그 이유였다.

이 책은 과학 분야 중에서도 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주일에 딱 한 시간, 물리 수업이 있었는데 잘 듣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어려운 내용 투성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은 그나마 붙잡고 읽을 수는 있는 정도였다. 내가 과학에 거부감이 있어서 처음부터 조금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꽤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빅뱅에 접근함에 따라 우리의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므로, 확신을 가지고 '가장 처음'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이 개념은 오도된 것, 또는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본문 p. 229

저 문장만 읽어도 머리가 아픈 독자도 있을 것이고, 저 문장에 흥미를 가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부터 이야기했지만 나는 과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저 문장만 읽어도 머리가 아픈 독자에 속한다는 뜻이다.

진짜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중간에 책을 덮지는 않았다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과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당장 읽어보셔야 한다.

양자색역학, '시간', 지각, 태초, 그리고 우주. 외에도 많은 과학적 개념이 등장하고 무척 논리적으로 글이 전개된다.

읽어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집중하는 건 역시 나와 같은 독자들이다.

과학이 지루하고 무섭고 겁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한 번 도전해보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이 서평을 적어본다.

어쨌든 우리의 삶 자체가 과학 아니던가.

과학의 본질은 철학과 같기도 하고.

인문학도라서 과학을 싫어한다는 건 사실 핑계일 뿐이다.

과학과 철학은 그 무엇보다도 맞닿아 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겁먹지 말고 이 책에 도전해보시라는 거다.

읽다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고 잠이 몰려올 수도 있지만 일단 사놓으면 완독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를 믿고 이 책을 신청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과학 쪽, 특히 물리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한 발자국이나마 내딛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그러니 더는 겁내지 마시고,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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