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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오늘날까지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서 발생하며 세계 경제와 부의 움직임을 좌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화폐의 가치를 파괴하고, 금융 시스템을 교란 시켜왔으며, 금융위기를 초래했을까? 지난 2000년간 세계 경제의 흐름부터 오늘날 소시민들의 가계 경제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쳐온 인플레이션에 대한 거대하고 놀라운 통찰의 세계가 펼쳐진다.
1부 돈의 발명,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다
2부 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3부 무엇이 자본주의의 판도를 움직이는가?
4부 어떻게 인플레이션의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인플레이션은 근래의 발명품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런데 왜 20세기 들어 갑작스럽게
세계 경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걸까?
바로 지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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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의 탄생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돈은 바퀴와 불에 버금가는 인류의 독창적인 발명품이다. 돈이 없으면 물물교환만 할 수 있을 뿐 저축을 할 수도, 투자를 할 수도, 노후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다. 돈이 없으면 분업도 복지도 없다. 우리는 돈 없이 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돈에 대한 지배권을 남용할수록 경제는 더 불안해진다. 그런데 수천 년이 넘도록 통치 계급들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죄를 저질러왔다. 이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화폐발행량을 늘려 빚을 갚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형 건축물을 세우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화폐를 남용하여 재정을 충당하고 백성을 수탈했다. 결국 화폐의 가치는 떨어졌다. 권력은 산보다 쉽게 돈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p.31)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 쉽게 말해 돈의 가치를 조작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은 특히 지폐에서 많이 나타났다.
지불수단으로 유통되던 지폐에는 가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 가치는 불에 태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와 물건의 가치를 종이에 적고 이 종이에 적힌 만큼 물건을 내준다면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 종이에 적힌 금액은 그만큼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정치인들이었다. (p.51)
왜 가난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많은 타격을 입을까?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고, 유가물도 없다. 지갑 속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을 뿐이다.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은 세금에도 영향을 준다. 가난한 사람들은 수입과 자산의 대부분을 현금 형태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금도 대개 현금으로 지불한다. 이 메커니즘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포커의 패자는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은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고, 그에 비례하여 돈은 가치를 잃어갔다.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그 불안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제 3제국을 건설한 인물이 바로 히틀러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소시민의 삶을 황폐하게 하는지, 인플레이션이 역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몸소 겪은 독인 사람들은 이후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살 떨리는 공포를 느꼈다.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도 경제의 기적을 일군 독일의 학자들이 쓴 이 책에서 근면한 소시민들의 기쁨과 슬픔이 절절히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의 현장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것이 왜 부로 이어지는지 그 연결고리를 분명하게 확인 할 수 있다.
경제에 전혀 1도 관심이 없는 나이기에 책의 두께만큼이나 책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웠다. ‘내가 이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잘 읽어 나갈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 책과는 달리 친절한 설명과 용어 해석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나 책이 전달해주는 정보는 평소 경제와 담을 쌓고 지내던 나에게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주었다. 오히려 개미같이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모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읽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인플레이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돈과 인플레이션의 역사에는 민중의 아픔이 서려있다. 이 책은 인플레이션이 야기한 수천 년전 세계 제국 흥망성쇠의 역사, 번영기, 전쟁, 재앙에 대해 다루면서 역사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어떻게 위기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 등 다가오는 인플레이션 사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반갑지 않다. 소비자 물가는 내려가기 바라고, 자산가격은 올라가길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서민이다. 그저 가만히 넋놓고 있다가 빈털터리가 되기 전에 우리도 경제가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현명하게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