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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평점 :




기-승-전-결혼.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결혼을 안 하면 모자라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치환되는 편견은 얼마나 부당하고 폭력적인지. 그게 어디 결혼 문제에만 국한되겠냐마는, 남들이 다 가는 대세의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삶을 살면 죄책감을 느끼고 못 견뎌 하는 사람들의 경향 탓에 이런 폭력이 계속되는 게 아닐까. (p.18)
돌아보면 그 누구도 나에게 근사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나 자신 외에는. 누구나 다 근사하고 멋있게 살 순 없다. 그러나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는 있다.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남편의 사랑을 받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야만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듯한 명함을 지니고 성공해야만 의미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다행히도 내가 의미를 두는 것은 분명해졌다. 내 삶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는 때든 병풍 같은 엑스트라가 되는 때든 내 페이스를 지키며 나답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 (p.28)
누구에게나 삶은 무겁고, 마흔여덟 살 싱글녀의 삶도 만만찮게 무겁다.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뭐 어때?” 혹은 “아직 늦지 않았어.”라는 말로 마음을 소독해주어야 한다. 나는 뒤늦게 배우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안 괜찮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오늘도 내가 꿈꿨던 40대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큰일은 일어나지 않은 보통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 (p.80)
스스로 늦었다고 주저앉지 않는 한,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때,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방문한다. 젊을 때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선택의 폭이 적어질 수는 있어도, 일도 인연과 같아서 내 것이 되려면 어떻게든 나에게 온다. 그것이 나에게 왔을 때 어떻게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지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려고 무리하지 않기. 내가 당장 궁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지 않기. 늦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 해버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초조해하지 않기. 요즘 내 마음 속에 붙여두고 자주 꺼내보는 메모들이다. 이 목록들을 그동안 사회생활이라는 서바이벌 게임 속에서 치이고 닳으면서, 수없이 ‘이제 너무 늦었다’는 병과 싸우면서 터득한 생존법이기도 하다. (p.123)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지만, 항상 행복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항상 행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단지 언제나 삶을 정성스럽게 살고 싶을 뿐이다. 예전보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드는 40대 비혼인. 뜨거운 커피와 우연히 고른 좋은 책, 따뜻한 악수를 좋아하는 신소영 작가의 혼자 살아보지 않고서는 끝까지 모를 행복한 비혼 이야기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비혼주의자? 비혼주의자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일컫는 말로 미혼은 혼인상태가 아님을 뜻하지만 비혼은 혼인할 의지가 없음을 뜻하는 용어다. 비혼주의자는 말 그대로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비혼에 대해 젊은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억지로 결혼에 자신을 맞추기를 거부하거나 결혼 제도로부터 벗어나려는 비혼족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꺼이 비혼의 싱글 맘이 되고자 하는 시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비혼으로 혼자 사는 남녀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다. 특히 걱정을 빙자한 어르신들의 잔소리가 물밀듯이 쏟아진다. 도대체 언제 결혼할래?!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당당하게 선포한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애인은 가끔 필요하지만 남편은 필요 없는 삶, 그렇다고 아무나 사귀고 싶진 않은 마음은 복잡하지만 저자는 이런 삶이 괜찮다고 말한다. 혼자 살아도 별일 없이 행복한 날이니까.
책은 한마디로 좋았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접함으로써 시야가 넓어졌다. 스스로 지금 이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저자의 대담함과 자유분방함이 내심 부러웠다. 내게 그런 자유가 있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무작정 혼자 살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몸소 읽다 보니 이런 삶도 과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뭐, 별거 있나? 남들이 비웃건 말건 내가 행복하면 장땡이지.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 추구하는 행복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저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거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있어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는데 우리가 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왜 비혼을 여러 삶의 형태 중 하나로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 왜 결혼을 안 하면 이상한 거지? 남들이 다 하는 거면 나도 꼭 해야 하나? 결혼을 해야만 내 삶이 완성될까? 행복할까? 그 질문들이 궁금하다면 Pick Me! Pick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