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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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인간의 존엄성까지도. 어빙의 벌거벗고 부서진 몸이 시신을 작업 대상으로 보는 법의학 전문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육신은 부러진 뼈와 장기와 혈관을 담은 찢어진 피부 가방으로 전락해 있었다. 모든 구멍에게 피가 흘러나왔고 몸이 인도에 부딪히며 생긴 수많은 상처에서도 피가 쏟아져 나왔다. 두개골이 으스러져서 머리와 얼굴이 유령의 집 거울에서 보는 것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p.39)



“해리,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지.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난 형사가 안 됐을 거야.”

“악은 어디에서 오나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요. 당신은 거의 날마다 악과 대면하잖아요. 그 악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사람들은 어떡하다 약해지는 거죠? 악이 공기 중에 퍼져 있나요? 감기에 걸리듯 악에 걸리는 건가요?” (p.230)



보슈는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이틀 전만 해도 앞으로 남은 39개월을 다 채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5년 꽉 채워 근무하길 바랬다. 어빙 사건에서 그가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실패를 했든,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항상 임무가, 그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의 사명.

이게 바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예요.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즈의 말이 옳았다.

그는 난간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서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이 집을 나가 햇빛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p.387-8)


22년 전 살인사건에서 발견된 의문의 DNA
그리고 시의원 아들의 알 수 없는 죽음
동시에 두 사건을 좇는 형사 해리 보슈의 대활약!
미국 범죄소설의 고전이라 일컬어질 최고의 명작!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제15편

주인공 해리 보슈 형사. 그는 거의 10년 전쯤 퇴직 연금을 전부 수령하고 경찰국에서 퇴직했었다.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2년 후, 경험 많은 형사들이 경찰국에 오래 몸담으며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경찰국의 퇴직유예제도(DROP) 덕분에 경찰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7년 계약을 맺고 다시 들어온, 이른바 재생 타이어였다. 경찰국 퇴직유예제도는 한 차례의 계약 연장을 허용했는데 연장 가능한 햇수는 3년에서 5년. 그 후에는 반드시 퇴직하는 걸로 규정되어 있었다. 보슈는 1년 전에 재계약을 신청했지만 관료주의적 행정절차 때문에 계속 기다렸고, 드롭 1차 계약 만료일이 한참 지나서야 연장 허가가 났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9개월. 형사 해리 보슈의 임무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퇴직유예제도로 정년 퇴직 시한이 연장된 보슈는 그 어느 때보다 사건에 목 말라했고 그런 보슈에게 두 건의 사건이 동시에 주어진다. 하나는 1989년 발생한 릴리 프라이스 강간살인 사건으로 이 곳에서 채취한 DNA가 29세의 성폭행범의 것으로 밝혀진 것.

사건이 22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 용의자는 8세였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어린 나이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까? 아니면, 새로 설립된 과학수사연구실에서 뭔가 커다란 실수가 있었던 걸까? 후자라면 현재 재판의 증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모든 DNA 분석검사 결과의 신빙성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사건은 무엇보다 민감하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보슈와 그의 파트너 추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경찰국장으로부터 즉각 사망사건 현장으로 달려오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주어진 선택권이 없는 그는 그 곳에서 또 다른 사건을 인계받는다. 피해자는 시의원 어빈 어빙의 아들로 샤토마몽트라는 고급 호텔의 고층 객실에서 추락사한 것. 앞서 다른 형사들이 자살로 결론을 내려고 했으나 LA 경찰국의 골칫거리이자 해리 보슈의 오랜 숙적인 어빈 어빙은 다른 형사들을 제쳐놓고 보슈에게 직접 사건을 맡아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한다. 정치적 색채가 짙은 ‘하이 징고’ 사건인 만큼 공평무사하게 수사하기 힘들 때가 많아 보슈는 이번 사건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그의 파트너 추와 함께 두 사건의 증거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하여 흩어진 조각을 하나 둘씩 맞춰가며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한시라도 빨리 사건 해결을 독촉하는 시의원 어빈 어빙의 정치적 압박과, 사건을 단순 자살로 매듭지으라는 경찰국 내의 암묵적인 종용에도 형사 해리 보슈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외부적인 요인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직감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두 건의 사건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책은 전 세계 15대 주요 추리문학상을 석권한 만큼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저자의 관찰력과 두뇌회전 그리고 추리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 소용돌이치듯 쉼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앞을 전혀 예상조차 할수 없었고 감탄하며 열심히 쫒아가기 바빴다.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됨에도 전혀 혼란스럽지 않았다. 릴리 프라이스 사건과 조지 어빙 사건은 각각의 사건으로 정확히 분리되어 엉켜진 실타레를 풀어가듯 점점 그 결과가 눈 앞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사건의 진정성과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권력의 다툼에 본의 아니게 희생양이 되어버린 보슈 형사. 그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련지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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