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
백두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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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엄마, 아까 나 왜 안 혼냈어?

생각해보니까 정말 버릇없이 굴었잖아.

그럼 혼내야지.”

“네가 혼낸다고 들을 나이니, 알아서 해야지.

이렇게 잘못한 것도 잘 알고 있잖니.”

혼나지 않을 나이.

누구도 혼내지 않는 나이.

알아서 해야 하는 나이.

나는 그런 나이다.





여전히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이 잘 버티고

비바람 정도는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다고.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여전히 휘둘리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천하무적은 아니다.




어른이 되면

“만지면 안 돼. 가위는 위험해. 너는 서툴러서 안 돼.

어른이 되면 다 잘할 수 있어.”라며 조카에게서

위험한 가위를 뺏었다. 이모가 ‘능숙’하게 해보겠다고.

​그런데 어른이 되면 정말 ‘다’ 잘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여전히 서투른데.





“정답이 없는 현실에거 정답 찾느라 고군분투 중인 서툰 어른을 위한 찬가 


삼십 대의 작가는 그림 잘 그리는 능력을 지키느라 연애 잘 하는 능력은 내놓고, 이제는 오래돼 흐릿해져 버린 첫사랑은 관심 없으니 마지막 사랑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며 자신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소중하게 그려낸다. 작은 것 하나라도 의미 없는 것은 없으며 그 크기는 누군가 재단하고 평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그녀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느 순간 생각을 비집고 들어와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한동안 몸과 마음을 지배당하며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그녀의 위안.


우리는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참 다양한 상황들과 마주한다. 철없이 어렸을 때는 꿈에 한계가 없었다.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고 그 시절의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끝도 없는 질문에 가로막혀 꿈을 가져보기도 전에 이미 끝나버린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그렇게 커보이고 대단해 보여서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삶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도 참 많고 주위에서 바라는 건 어찌나 많은지 사회의 시선에 신경도 써야하고 불편한 일들이 수없이 내 주변을 서성인다. 그래서 낯선 것보다는 내게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들려주는 말에 너무도 공감이 갔다. 하나 둘 풀어놓는 글에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총5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가볍게 읽혀지지만 또 그렇게 마냥 가볍지 않은 어른들의 이야기.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까 오늘의 우리로 충분하다고. 완벽한 어른이 아니어도 된다고. 늦지 않았다고. 나 또한 외치고 싶다. 남을 신경쓰지 말자! 나는 나대로, 나답게 세상을 살아가면 그만인 것을. 남이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 눈치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짧다. 완벽한 어른이 아니어도 좋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그럴 수 밖에 우리 모두 어른은 처음이니까. 정답은 없다. 책의 제목처럼 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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