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시인은 노래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긴 ‘죽다’의 높임말이 ‘돌아가다’인 것을 보면, 예부터 죽음이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감을 의미했나 보다. 그런데 그 돌아가는 곳이 ‘하늘’이라면, 죽음도 괜찮을 성싶어지지 않는가? 이때 허무는 자리를 비켜선다. 귀천이란, 말 그대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본래 하늘에서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성립되는 말이다. 그러니 이는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아예 성립조차 될 수 없는 말이다.

불행한 사실은 그같이 존귀한 존재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악다구니같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는 삶을 위한 투쟁과 갈등이 벌어지는 장소다. 성공의 조건은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들의 실현 정도에 따라 가늠된다. 세속적 가치를 획득하면 행복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런 가치 속에서 바라보면 ‘죽음’은 정말이지 가슴 아픈 일이다. 세속적 행복을 누린 자의 편에선 그 행복을 놓고 가야 하니 슬플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의 편에선 평생 불행하게만 살다 생을 마감하고 마니 슬플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잠시 놀다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시인은 그래서 인생을 소풍 나온다고 생각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자기 삶의 근원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자신은 단지 이 세상에 잠시 놀러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이승에서의 삶도 천상에서 내려온 소풍쯤으로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이승에서의 삶은 소풍이기에 아름답고, 소풍에서 돌아가는 천상은 천상이기에 아름다울 터이니, 우리의 생을 이승과 저승의 연속성으로 이해할 경우, 인생 전체가 진정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p.255-6)


·고등학교 교과서를 수차례 집필하고 미래의 국어교사들을 가르쳐 온 정재찬의 수업 방식은 특별하다. 흘러간 유행가와 가곡, 오래된 그림과 사진, 추억의 영화나 광고 등을 넘나들며 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 그는 시를 사랑하는 법보다 한 가지 답을 말하는 법을 먼저 배워 온 학생들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돌려주고 싶었다. 매 강의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최우수 교양 과목으로 선정된 ‘문화혼융의 시 읽기’ 강의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책은 그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로서 우리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보았던 매우 친숙한 46편의 시를 다루고 있다. 시는 각종 영화와 소설, 노래가사와 그림, 사진 등의 다양한 자료들이 동원되어 시만 두고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시를 이해하기가 수월할 뿐아니라 의미를 더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학창시절 입시를 위해 문학 참고서로 딱딱하게 외우고 암기하며 시를 배워온 우리들에게 시는 재미있고 유익한거라고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시 한 편 한 편이 그대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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