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조의 이끼를 벗겨내던 중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가시와기 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쿠토! 잡아!”

내 ​바로 옆으로, 털 뭉치가 재빠른 속도로 휘 지나갔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그 털뭉치가 케이지에서 도망쳐 나온 토끼임을 알아챘다.

“거기 서! 토란, 거기 서!”

고타가 한 손에 셀러리를 들고 쫒아가는데도 토끼는 가볍게 무시하며 날뛰었다. 마치 날쌔게 달아나는 토끼처럼, 아, ‘처럼’이 아닌가. 이럴 땐 어떤 비유를 쓰는 게 적절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고타에게 혼나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가쿠! 빨리 좀 도와줘!”

나는 손님 옆을 비집고 나가서 고타가 있는 모퉁이 끝에서 대기했다.

“토란, 여기 좀 보세요. 네가 좋아하는 셀러리란다.”

고타는 최대한 살금살금 다가갔다.

“고타, 토란이라니?”

“토끼의 ‘토’, 네덜란드 드워츠 종이라서 ‘란’, 그래서 토란.”

고타가 방심한 그 순간을 틈타 토란은 그의 허벅지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러고 그대로 가시와기 씨의 발에 부딪쳤다.

“잡았다!”

가시와기 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토란을 들어 올렸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손님이 흐뭇한 광경이라도 본 듯 웃고 있었다.

“옳지, 나이스 콤비네이션. 토끼 녀석도 가끔은 밖에 나가 괴로움을 털어놓고 싶었겠지.”

단골인 호프만씨가 어설픈 말장난을 하며 박수를 쳤다. 다른 손님도 따라서 박수쳤다.

우리 셋은 잔뜩 민망해서 고개를 숙였다.

이곳은 펫숍. 언제나 떠들썩한 우리의 직장이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지만 그전에 인간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비겁하게 도망쳤다. 그러나 사과하려고 한다.

나도 고타와 같은 인간이다. 펫숍을 좋아하니까......

모든 동물을 좋아한다. 고타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사랑한다.

고타나 가시와기 씨, 아카이 씨와 마키타 씨. 그리고 손님과 동물도, 모두모두 정말 좋아한다. (p.376)


 


이곳은 펫숍.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우리의 직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느 날부터 잉꼬는 섬뜩한 외마디를 외치기 시작하고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직원은 펫숍을 경멸한다고 하질 않나 비 오는 날에는 여자로 둔갑한 여우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아르바이트생 가쿠토와 고타는 미스터리한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데 사건을 해결하기엔 어쩐지 좀 모자라 보이는 이 녀석들... 사랑도 청춘도 수수께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배경은 가미조 지역에 위치한 유어셀프 펫숍. 이바라키의 ‘유어셀프 가미조 지점 펫패밀리’는 대형 홈센터 내에 자리한 펫숍으로 지바에 본점 겸 본사를 소유한 유어셀프 펫숍은 현 회장이 조그만 펫숍으로 시작해 30년 전에 홈센터로 확장된 대형 점포다. 최근 10년 사이에 아주 빠르게 전국으로 뻗어 나가 북쪽은 훗카이도, 남쪽은 오키나와까지 점포를 넓혀 국내 최대의 홈센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매장 규모에 아주 다양한 상품들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이 있는 가미조 지점도 도쿄돔 두 채 규모의 엄청나게 넓은 부지에 자재 매장이며 옥외 장식용품 매장, 푸드 코트까지 포함돼 있다. 그중 펫패밀리 펫숍은 포유류와 열대어, 곤충에서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취급하고 있는데, 정직원은 점장을 포함해 단 세 명뿐이고 기본적으로는 파트타임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한다.

이곳에서 취준생 가쿠토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갑내기 아르바이트생 고타는 광적일 정도로 엄청난 동물 애호가로 좀 실없어 보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수의학도였기 때문에 동물에 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다. 그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이십대 중반의 가게 주임 가시와기 씨는 손님과 동물을 위해 그리고 모두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는 펫숍의 직원으로 이들 셋은 동물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똘똘 뭉친다. 펫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기엔 어쩐지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며 펫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펫숍의 직원과 단골손님, 그리고 불현듯 등장한 의문의 인물들이 얽히는 여섯 가지 사건은 모두 동물과 관련되어 있다. 아메리칸 숏헤어나 사모예드처럼 익숙한 동물도 있고, 잉꼬의 일종인 유리매커우나 도롱뇽의 일종인 일본얼룩배영원처럼 낯선 동물도 있다. 주인공인 가쿠토처럼 동물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취업, 사랑, 가족관계, 군중 심리, 자아 성찰 등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사건들 속에 녹아 있기 때문에 한 편 한 편 읽어갈 때마다 펫숍의 인물들과 친구가 되고 반드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펫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위한 곳이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을 사고 파는 곳만은 아니었다.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였다.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 책을 읽는 동안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나와 마음이 따뜻해지고, 책 사이사이 그려진 일러스트는 재미와 감동을 두배로 느끼게 해주어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