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추억 - 한가람 대본집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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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빛났던 것 같은데 단숨에 초라해졌어.

꼭 누가 불 끄고 가 버린 것 같아.

분명... 사방이 빛이었던 한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별거 아닌 나를

한때라도 빛나게 해준 당신, 고맙습니다.

빛나고 아팠어. 모두 네 덕분이야. 

 

 

 

 

 

 

여름, ‘누군가. 제발 와서 나를 도와줘’

하는 느낌으로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저 계단 너머에서

누군가 턱턱 걸어 올라온다.

점점 뚜렷해지는 얼굴은

해준.


해준이 웃으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해준의 환영에 눈물이 나는 여름.

 

 

 

 

 

 

 

 

미안해.


거기까지 떠오르자

툭. 툭.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 흐르는 해준.

흐르는 눈물이 저도 당황스러워

‘뭐지?’ 하는 느낌으로 눈물을 재빨리 닦아내버리는데

어느새 감정은 파도를 타고,

후두둑후두둑 소나기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이 책은 2017년 12월 31일 JTBC 드라마페스타로 선보인 2부작 드라마 <한여름의 추억> 대본집으로, 전반부에는 빛나고도 아팠던 사랑의 기억을 아름답게 담아낸 2부작 대본을 드라마 명장면과 함께 싣고, 후반부에는 총 4회로 구성된 원작 대본을 함께 실었다. 원작 대본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세진과 래희 등의 인물이 등장하여 또 다른 시선, 또 다른 감각으로 한여름을 추억하게 한다.

한때는 엄청 빛났던 것 같은데 꼭 누가 불 끄고 가버린 것처럼 단숨에 초라해진 서른일곱의 한여름. 여전히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다. 예의상 하는 말이라도 ‘예쁘다’ ‘귀엽다’ ‘매력 있다’는 말 좀 들어봤다. 서른이 되기 전까진 말이다. 그런데 서른을 넘고 보니 이젠 그저 보통 여자, 아니 보통보다 좀 더 모자란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첫사랑 최현진, 대학시절 마음을 홀랑 빼앗겨 불같은 사랑을 한 김지운, 가장 오래 사귀고 사랑했으며 자신이 먼저 포기했던 박해준, 현재 라디오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PD 오제훈, 그리고 마음을 주는 듯 안 주는 듯 사람을 미칠 듯 헷갈리게 만들더니 결국 마음에 상처만 안겨준 유세진까지. 아주 작은 인연에서도 배울 것을 찾고, 진심과 가식을 구분할 줄 알며, 잘못한 건 반성하고 고치고 나아지는. 그렇다고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고, 욱하기도 하고, 비굴하기도 하고, 예쁠 때고 있고, 못될 때도 있는 여름의 이야기는 첫사랑의 풋풋함부터 격정적인 로맨스, 썸인 듯 사랑인 듯 서른 후반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으며 가슴에 와닿는 대사들이 어찌나 많은지 최강희, 이준혁 주연의 드라마 명장면까지 더해지니 눈 앞에 그 장면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보통 여자 한여름이 사랑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맞닿아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한여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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