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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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와 함께 정권이 바뀌었다. 기분학, 그야말로 진짜 기분학상으로는 세상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좋아졌을까? 내가 좋아지는 것과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정말로 완전 별개의 문제다. 세상이 좋아질까? 이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서슴없이 그렇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너무 정치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싱이 진짜로 좋아질지는, 아직은 모른다. (p.6)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한번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은 고치거나 개선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잘못된 제도라도 늘 이익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익을 보는 소수는 잘 단결하고, 이익을 보지 않는 다수는 단결할 이유가 없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가 생각보다 오래간다. 조선 시대에 시행했던 과거제의 병폐, 결국 나라가 망하고야 끝이 났다. (p.25)




지금은 21세기다. 좀 있으면 21세기 하고도 20년이 지난 시점이 된다. 우리가 20세기에 배운 경제 교과서에는 신용카드도 없었고, 제2금융권도 없었다. 대부업체, 특히나 일본계 대부업체의 특수성 같은 것은 있는 줄도 몰랐다. 다단계? 그런 게 경제 교과서에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주 짦은 한 세대 약간 넘는 정도의 기간에 극빈국에서 개도국 그리고 선진국 경험을 동시에 한 나라다. 당연히 우리의 일상적 삶은 물론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요소들에는 극단적인 극빈국 시대의 요소와 선진국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양항 요소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현실은, 당연히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교과서에도 없고, 행정 매뉴얼에도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p.149) 





​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들은 이야기 중에서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리가 잘 못하는 일은 있어도, 실패하는 일은 없지!”

말장난 같지만 한국 행정의 엄연한 현실을 얘기해주는 말이다. 진짜 일리 있는 이야기다. 후임자가 앞 사람이 했던 일을 ‘실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큰일을 잘못했다고 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건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앞사람이 하던 일이 아주 잘되지는 않았다고 하는 건 문제가 없어도, 그 일이 실패라고 하기는 아주 어렵다. 물론 공무원들도 바보는 아니다. 뻔히 보면 문제가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걸 행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여기에 고민이 있다. 가장 부드러운 방법은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보고하고, 은근슬쩍 없던 일 혹은 못 본 일로 처리하는 것이다. 더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이런 아쉬움을 남기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후속 조치 없이 사라지는 일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렇게 중단된 사업은 기억 너머로 사라진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바둑은 복기가 생명이라고 한다. 한국 행정에 복기라고는 없다. 책임질 사람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국가도 복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p.127-8)

경제와 정치,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드는 전방위적 지식, 유머와 발상의 전환, 따뜻한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행동하는 경제학자,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이 새로 쓰는 2018 국부론. 광고, 주식, 다단계, 신용등급, 공무원,이념과 클랜, 모피아, 토건족, 물 브라더스, 원전 마피아, 박사들의 클랜 등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자원외교, 4대강, 분양제, 버스 준공영제, 도시재생.... 국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건전한 생활경제와 튼튼한 시민경제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5만 시대로 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국가라는 이름에 수많은 진실들이 가려질 때가 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고치기 아주 어려워진다”는 저자는 수 십조 단위 국가 산업의 면면들을 샅샅이 추적하고 분석한다. 원전 마피아, 자원외교, 4대강, 도시재생 등을 돌아보며 여전히 구조적으로 이상한 점을 짚어간다. 돈과 사랑부터 광고, 주식, 다단계, 신용등급까지 실생활과 연관된 사회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그는 향후 국민소득 4-5만 달러 시대를 열려면 국가의 사기부터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 국가 내부의 요소는 그대로다. 그리고 진정한 변화는 그 곳에서 시작하거나, 그 곳에 도달해야 한다. 저자는 지난해 촛불 민심에 따라 탄핵된 대통령을 보며 ‘세상이 좋아질까?’ 하는 질문을 던졌으나 “그렇다”고 답하진 못했다고 말한다. 세상이 좋아질지는, 아직은 모른다. 국가의 조직적인 사기와 결합된 병폐가 관행과 제도로 깊이 뿌리내려, 여전히 구조적으로 이상한 것, 조직적으로 황당한 것, 상식적으로 생겨서는 안 되는 비상식적인 것이 국가 안에서 버젓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고, 더 열악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분기점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더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과 제도를 한 번쯤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다. 최순실 사태가 생기고, 촛불 집회가 있었고, 탄핵과 함께 새 정부가 들어섰다. 숨 막힐 정도로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오랫동안 침묵해온 시민들이 바뀌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좀 더 근본적인 변화도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과연 국가의 사기가 줄어들까? 다시는 4대강 같은 황당한 사업은 안하고, 자원외교라는 이상한 단어를 쓰면서 국가의 돈을 털어먹는 일이 안 벌어질까? 가난한 사람들만 손해 보는 저축은행 사태 같은 일은 다시 안 벌어지고, 외국계 대부업체들이 신나게 활개 치고 다니는 일이 좀 줄어들까? 지금부터가 중요한 순간이다.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으며 국가의 사기 시대를 해체해야 할 때다.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 자식들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우리 자식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거나, 더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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