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침에 깨어나면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어둠이 찾아오면 찾아오는 거지요. 우리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죽음은 잠과 같아요. 신비에 싸인 세계지요. - 쥘리앵 그린(p.31)

나는 죽어 있기를 바라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요. - 일제 아이힝어(p.40)


삶은 해명이 불가능합니다.다른 모든 것들은 우리가 해명할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 않지요. - 안드레이 비토프(p.102)


내가 죽어도 세상은 내가 살았던 그 날들과 똑같이 계속됩니다. - 프리데리케 마이뢰커(p.141)


우리는 양심을 남에게 내맡길 수 없고, 양심은 누구나 스스로 떠맡아야 한다. - 마르틴 발저(p.173)


문학은 어떤 일들이 잊혀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 미셸 뷔토르(p.238)


우리는 늘 단면들만 볼 뿐이지요. 인생 전체는 매우 기이한 것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한꺼번에 그 전체를 본다면 그것도 매력적일 겁니다. - 파트릭 모디아노(p.290)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자신의 언어, 종교, 이념을 바꾸기도 하지요. 하지만 결코 새롭게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 아모스 오즈(p.296)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는 차이트의 편집자로서 라디쉬가 한 시대와 인생을 통찰했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 임레 케르테스, 파트릭 모디아노 등 유럽 문학의 거장들과 나눈 고별의 대화록이다. 1990년 가을부터 시작해 2015년 봄까지 진행된 모든 인터뷰에는 각자 살았던 한 시대가 고찰되고, 20세기 유럽 문화사의 테마와 국면들이 대상자들에 의해 한 번 더 생생히 그려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클로드 시몽과 파트릭 모디아노를 통해서는 전쟁 중의 프랑스와 전후의 프랑스 상황이, 미셸 뷔토르를 통해서는 누보로망이, 일제 아이힝어를 통해서는 47그룹이, 쥘리엥 그린을 통해서는 가톨릭 영향권의 유럽이, 조지 타보리, 조지 스타이너, 아모스를 통해서는 유럽-유대인들의 정신사가, 임레 케르테스와 루트 클뤼거를 통해서는 아우슈비츠와 유대인 박해가, 안드레이 비토프를 통해서는 러시아인들의 영혼이, 자라 키르쉬를 통해서는 동독의 반체제 인사들 이야기가, 페터 륌코르프, 귄터 그라스, 마르틴 발저를 통해서는 옛 서독의 정신이, 프리데리케 마이뢰커를 통해서는 빈 그룹이, 안토니오 타부키를 통해서는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 몰락의 드라마가 소개된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체로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는 눈 앞에서 이루어지듯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의문이자 수수께끼인 삶과 죽음.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그들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한탄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담담히 회고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죽음에 가까운 그들은 한탄하기는 하지만 죽음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각 거장들이 살아온 시대의 문화와 작품세계, 삶과 죽음 등 다방면에서 이뤄지는 인터뷰 내용으로 작가의 내면을 책 한 권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작가들에 대해 아는 바가 많았다면 책 내용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써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워 너무나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