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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ㅣ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저자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샘터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탄생하게 되었다.
기생충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사실 시작전부터 징그러울꺼라 편견을 가졌었다. 하지만 차례를 넘어 첫 페이지를 펼쳐보니 그건 괜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부터 기생충을 사람에 빗대어 표현했을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실험실에서 표본으로 봐온, 혐오스럽기만 했던 기생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기생충이 귀엽게 보여질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외모가 혐오스러워서 그렇지, 기생충도 알고보면 썩 괜찮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그 기생충 중에는 해로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우리가 소나 돼지를 구워 먹게 된 것도 그 동물들을 날로 먹다가 기생충에 감염돼 심한 증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그 양이 많아지지 않는 이상에야 우리에게 큰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개미에 있는 창형흡충이란 기생충은 소가 종숙주라 어떻게든 소의 몸 안으로 들어가야 어른이 되어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런데 소는 개미를 먹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창형흡충은 개미의 뇌로 들어가 개미의 행동을 조종해 소가 먹는 풀위에 올라 소가 먹어 주기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숙주를 조종하는 또 다른 기생충에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도 있다. 주로 쥐에 사는 이 기생충의 숙주는 고양이인데, 톡소포자충은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만듦으로써 종숙주로 가려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톡소포자충이 사람도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플레그르라는 체코 학자가 자신이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연구를 하던 중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기생충이라니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가 쉽게 풀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징그럽게 여겨지던 기생충이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약 한 알에 사라지고 마는 나약한 그들이지만 책을 통해 들여다본 그들의 모습은 참 단순하고 순박했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신비한 생명체이다.
그간 기생충이라 함은 다른 동물에 빌붙어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사는 생물체라 무조건 나쁘고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얻어먹긴 하지만 기껏해야 하루 밥풀 한 톨 정도로 소식하는 생물체고 앞서 말했듯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웬만해서는 없다. 또한 인간의 몸에 살면서 알레르기를 비롯한 각종 면역 질환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항생제에 금방 내성을 발휘해 쓸 약이 없게 만들어 버리는 세균과는 달리 기생충은 약 한 알이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안에 있던 기생충들은 몽땅 죽은 채 대변으로 나온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면 알수록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무너지고,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저자가 비양심적인 인간을 양심적인 기생충과 비교해가며 그들의 행동을 꼬집는 말들은 논점을 가로질러 문제점들을 정확히 나열하여 듣는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뚫어준다.
욕망이 충족되고 나면 더 큰 욕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과 달리 회충의 욕구는 매슬로우의 2단계에 멈춰 있다. 편안한 잠자리가 있고 먹고사는 문제와 짝짓기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니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는 애기다.
남보다 더 많이 먹는 회충도 없고 미래를 대비해 식량을 숨겨 놓는 회충도 없다. 매 끼니 들어오는 밥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피곤하면 잔다. 더 많이 먹으려는 다툼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수백 마리에 달하는 회충도 사람 몸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간다. 등심 한 점을 놓고 서로 싸우다 몸에 상처가 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회충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p.110)
이 정도면 저자의 기생충 예찬에 수긍이 되지 않을까. 미개한 생물체이지만 욕심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적지 않은 배움을 얻는다. 욕심에 눈이 멀어 때로는 친구들을 이용하고 등지는 우리 인간과는 다르다. 평화를 사랑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만족할 줄 알며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알게 모르게 생겨버린 고정관념이 그 동안의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동안 품어왔던 편견을 가차없이 깨부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은 착한 생명체를 두고 당연시하며 무시하고 차별했던 기생충에 대해 한 수 배워가는 유쾌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