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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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관심, 따스한 말 한마디가 그립고 절실한 일상에서 종교를 초월해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온다. 2008년 여름부터 암 투병을 시작하였지만 이를 극복해내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온 이해인 수녀가 6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에는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1부에서 5부까지의 글들은 지난 6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것들을 중심으로 모은 것이고, 6부의 글들은 첫 서원하고 나서 일년의 일기들을 단편적으로 뽑아 실은 것이다. 수녀님은 너무 오래전의 기록이고 영혼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망설임이 없지 않았으나 20대의 젊은 수녀의 순수한 풋풋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아 수도서원 5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오랜 세월 충실한 애인이 되어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6부 처음의 마음으로 _ 기도 일기>가 바로 수녀님이 첫 서원을 하고 일 년간 적어둔 일기를 추려서 정리해놓은 부분인데 수녀님은 부끄러워 하셨지만 오히려 나는 고뇌하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젊은 수녀님의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수녀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기차 여행을 한 번씩 할 적마다 나는 내면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고 거듭나는 체험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상의 여행길’을 지혜롭고 인내롭게 달려갈 수 있는 은총을 구한다. 기차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운행을 잘해준 기관사에게도 마음으로나마 감사를 전한다. 기차에서 내려 각자 길을 가는 승객들에겐 따뜻하고 정겨운 눈길로 인사를 보낸다.

‘같은 기차에 타서 반가웠어요, 부디 안녕히 가세요!’라고 빙긋이 웃으면서. (p.29)

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쳐가는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게 사랑과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보는 내가 숙연해질만큼 수녀님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차 여행이지만, 수녀님은 이마저도 기차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하며 기도 여행으로, 좋은 책을 읽으며 독서 여행으로,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자연 여행으로, 동행자와 조용히 속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 여행으로, 방법을 다양하게 바꾸어 얌전히 앉아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정도 수녀님에게는 뜻깊은 여행이 된다.



​너도나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남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많이 말하지만 진정 하루를 사랑으로 채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라고 표현한 아베 피에르 신부님의 말씀을 자주 기억하면서 나는 나름의 지향을 지니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랑과 배려의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날마다 새롭게 내가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몇 가지를 여기에 적어본다.

첫째는 언제나 고운 말을 쓰는 사랑의 노력이다. 우리는 말로써 실망을 주고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말로써 희망을 주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내가 정한 열 가지 기본 수칙을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스스로 조금씩 사랑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둘째는 누구에게나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노력이다. 살다보면 힘들고 아프고 우울한 순간도 있어 웃음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자신의 어둠을 상대에게 전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랑이라 여겨진다.

셋째는 다른 이에게서 부탁받은 일들을 짜증 내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심부름하는 사랑의 노력이다.

넷째는 그날그날 일어나는 좋은 일도 궂은일도 다 고맙게 받아 안으려는 사랑의 노력이다. 좋은 일은 좋아서 감사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궂은일은 그 안에 숨어 있는 뜻을 헤아리며 일단 감사하려는 마음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p.74-76)

많이도 말고 아주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수녀님의 말대로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남이 변화되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할 수 있어야만 참 평화가 찾아온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 궁금했던 이해인 수녀님의 일상생활을 잠시나마 엿보기도 하고 수녀님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로 마음이 풍족해지는 시간들이었다. 어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을 북돋아주는 글들만 골라서 써주시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이해인 수녀님이 들려주는 글과 시들은 따뜻함이 묻어난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보이지 않음에도 상대를 배려하고, 지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진심 어린 말들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고단했던 오늘 하루가 글의 온기에 이내 풀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책장 속에 묻혀두긴 아까운 책이다. 늘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어 곱씹으며 읽어야 될 것 같다.


서 얘기했지만 2018년 5월 23일은 수녀님이 수도자로 첫 서원을 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뜻깊은 날을 미리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우리들 곁에 건강하게 오래 머무르시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와 글을 아낌없이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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