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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람들 - 미스 페레그린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
랜섬 릭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 들고 계신 이 책은 기묘한 눈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것입니다. 이례적인 사람의 대열에 속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깜박 잊어버리고 몸을 매트리스에 묶지 않아서 한밤중에 침대 위로 떠오르는 일이 없다면, 적절하지 않은 때에 손바닥에서 불을 내뿜는 일이 없다면, 뒤통수에 달린 입으로 음식을 씹지 않는다면 이 책을 처음 발견한 곳에 당장 돌려놓고 책을 집어 들었던 일을 아예 잊어버리십시오. 그래도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런 분이라면 여기 담긴 이야기들이 괴상하고 짜증나며,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만 알게 될 겁니다. 어쨌든 이 이야기들은 그런 분들과 아무 상관없습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나는 작가 랜섬 릭스.
어려서부터 기묘한 사진 수집과 괴담과 코미디에 탐닉한 결과, 미친 상상력의 소유자라는 평가와 함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케니언 대학에서 문학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상을 공부한 그는 서른 즈음 발표한 <미스 페레그린> 시리즈로 하루아침에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다. 이 시리즈는 4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판타지의 마술사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해리포터가 막을 내리고 상심에 젖어 있던 사람들에게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를 알리며 전 세계 팬들을 열광에 빠트렸다.
이 책 <기묘한 사람들>은 <미스페레그린> 시리즈 이전의 세상을 담은 이야기들로,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으스스한 유머 감각이 시작부터 끝까지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고딕풍의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로 아름다운 식인종, 칼퀴 혀 공주, 첫 임브린, 유령과 친구가 된 여자, 코코볼로, 성 바오로의 비둘기들, 악몽을 다스리는 소녀, 메뚜기, 바다를 멈추게 하는 소년, 커스버트 이야기 등 10편으로 꾸며져 있다.
책 속에서는 인육을 먹고 사는 교양 있는 식인종,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외에 시간을 되풀이되게 만들 수 있는 임브린, 입 속에는 칼퀴 모양의 긴 혀가 숨어있고 등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반짝이는 비늘로 덮인 공주, 악몽을 다스리는 소녀 등 기묘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처럼 기묘한 능력을 지닌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와는 달랐지만, 기묘한 사람이라 해도 결국 그들도 인간이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나 행동에 당연히 상처받았다. ‘바다를 멈추게 하는 소년’ 같은 경우 그저 그는 단지 사람들을 돕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소년의 능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필요할 때면 소년을 도구로 여겼고, 필요하지 않으면 내팽개쳤다. 기묘한 사람들이 필요하면 그들을 협박해 강제로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면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해가 되거나 하면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헐뜯고 비난하고 멸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은 체 혼자 살아 갈 수밖에 없다. ‘메뚜기’에서 기묘한 능력을 지닌 아들은 그저 가족의 사랑을 바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타인과 비교하며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다그치며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자신이 가장 크게 결속력을 느끼는 생물의 형태로 변해 떠나버렸다.
‘아름다운 식인종’은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욕망이라는 늪에 깊숙히 빠져 버린 사람들은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스스로 삶을 고통스럽고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많은 걸 가졌음에도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그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려 결국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식인종에게 내어주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면 알 수 있을텐데 이미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작가의 상상력은 앞서 말했듯이 기발하다 못해 정말 미친 것 같다. 책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정말 기묘한 사람들이 우리들 곁에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어디에서 이런 글이 나오는건지 정말 혀를 두를 정도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 독자들은 속절없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누구라도 한 번 책을 펼치면 책을 도중에 덮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중독성이 있다. 온갖 상상력을 총망라해서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같다. 과연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