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홍신선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문학을 선도한 대표적인 시인이자 연극인이었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2001년에 재정되었으며, 매년 그 해 가장 주목할만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한다.

2017년 올해는 여섯 사람의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열세 분 시인들의 작품을 심의하여, 홍신선 시인의 작품 「합덕장 길에서」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번 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자 홍신선의 시를 비롯하여 추천 우수시인인 공광규, 김승희, 김중일, 맹문재, 박성우, 우대식, 이채민, 이현승, 최문자. 함민복의 시가 함께 실려있다.

이번에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홍신선 시인은 폐허의 세계를 견뎌오면서 자기 인식와 초월의 방법을 탐색하는 데 공을 들여온 우리 시단의 대표 중진이라고 한다. 시인의 당선작인 <합덕장 길에서> 시인이 걷고 있는 곳은 합덕장과 얽힌 기억의 길이다. 아침나절이면 읍내버스에 어김없이 장짐을 올려주던 한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되는 이 시편은, 그가 올려 주었던 오랜 세월을 천천히 투과해간다. 저자에 내다팔 채소와 곡식 등속의 낡은 보퉁이들을 들어올리던 그의 외팔과 버스가 출발하고 뒤에 남은 그의 숱 듬성한 뒷머리가 언젠부턴가 보이지 않고 아침녘 버스가 그냥 지나친 휑한 정류장엔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오랜 시간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고 점점 바래져 그가 없는 공간이 휑하니 쓸쓸하게 느껴진다.


사실 매번 감상적인 시들에 익숙해져 있다가 노작문학상 수상작들의 시를 읽어보니 하나같이 심오한 뜻이 담겨있어 이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읽어도 읽어도 공감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아직 내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은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속에 담긴 시들이 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들이 좋아서였다.

특히 김승희 시인의 <작년의 달력>이 내 눈길을 끌었다.


12장의 그림 달력을 다 넘겼을 때

그 순간

속수무책이다

손 써볼 도리가 없다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던 힘줄이 일시에 다 끊어졌다​

(계속-)​ 

 

새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아서 일까? 이제 곧 작년의 달력이 되어버릴 달력 앞에서 유난히 짧게 느껴진 올 한해가 떠올라 후회와 아쉬움에 자꾸만 이 시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시처럼 달력을 다 넘겼을 때 그 순간 속수무책이다. 손 써볼 도리가 없다. 흐르는 시간을 우리가 멈출 수나 있을까. 시가 표현하는 바에 너무 공감이 되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 잠시 동안이라도 이대로 잠시만 머무르게 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