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테메레르> 시리즈로 전 세계 판타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 나오미 노빅.

30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된 이 시리즈는 출간 즉시 최고의 SF판타지에 수여하는 상인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같은 해인 2007년에는 존 캠벨 신인상과 콤프턴 크록상, 로커스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신작 판타지 <업루티드>는 저자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바바 야가(마귀할멈)’에 관한 폴란드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폴란드 민담과 전설을 토대로 16세기 폴니아 왕국을 그려낸 작품이다.


​드래곤은 오직 하나의 탑을 소유했고, 병사는 두지 않았다. 소녀를 데려가는 걸 제외하고는 하인도 두지 않았다.

그는 군사를 둘 필요가 없었다. 왕의 신하로서 그의 임부는 마법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따금 궁을 방문해 왕에게 충성을 맹세 해야 했고, 왕은 그에게 전투에 나갈 것을 명했다. 하지만 그의 주된 임무는 이곳에서 우드를 지켜보며 그 해악으로부터 왕국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탐욕을 빨아들이며 폴니아 왕국을 조금씩 잠식해 오는 ‘우드’. 그 숲에 발을 들이거나 열매를 탐한 자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더라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미치광이가 되었다. 그런 우드의 저주를 두려워한 인근 마을사람들은 십년에 한번씩, 마법사 드래곤에게 열일곱살의 소녀를 제물로 받쳤다. 소녀들은 십 년을 그의 탑에서 지낸 뒤 풀려났고, 드래곤이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그들 중 마을으로 돌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드래곤은 어느 해 시월에서 다음해 시월 사이에 태어난 열일곱 살 소녀 하나만을 데려갔다. 

올해 열일곱 살이 된 아그니에슈카와 카시아 역시 마을의 전통에 따라 제단에 올랐다. 그녀와 카시아를 포함해 열한 명의 소녀가 후보에 올랐고 그 소녀들 중 카시아가 드래곤의 소녀가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드래곤은 가장 예쁜 소녀만이 아니라 가장 특별한 소녀를 데려갔다. 후보 중에 출중하게 아름답거나,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춤을 기막히게 추거나, 말도 못하게 다정한 소녀가 있으면 드래곤은 몇 마디를 나눠보지도 않고 그런 소녀를 귀신같이 뽑아냈다. 그래서 당연히 아름답고 영리하고 친절한 카시아가 뽑혀 갈 줄 알았다. 카시아는 그 모든 것에 해당하는 아이였으니까.


열한 명의 소녀들이 마을 광장에 한 줄로 늘어섰다. 광장에는 탁자들이 놓였고, 공물들이 그 위에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뒤에 모여 있었고, 소녀들과 가족들만 풀밭에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드래곤이 나타났다.

허공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그는 줄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소녀들의 턱을 들어올리고 얼굴을 살피더니 마을사람들이 모두 당연하게 생각했던 카시아가 아닌 평범한 외모의 천방지축 소녀 아그니에슈카를 선택했다.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그의 손에 이끌려 오게 된 탑 안, 그렇게 그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매일 고난과 힘겨운 생활의 연속인 끔찍한 나날들이 이어지지만 씩씩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적응을 해내가는 아그니에슈카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후 워커 세 놈이 카시아를 우드속으로 끌고갔다는 소식을 접하게되고 드베르닉 마을은 점점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들은 그가 진짜 용이고 자기들이 그에게 인신공양이라도 하듯이 말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그는 마법사이고 불사의 존재이기는 해도 여전히 인간이고, 그는 우드라는 무시무시한 숲으로부터 마을사람들을 보호해준다.

드래곤은 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냉담하고 소름끼치는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가 이제껏 자신이 만난 소녀들과는 전혀 다른 아그니에슈카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마음에 안들어 그녀를 무조건 바꾸기에 열을 올리던 그가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점차 그녀에게 마음을 열며 그녀를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드래곤의 손에 이끌려 탑에 갖히게 된 순간부터 드벨닉 골짜기의 평범한 소녀 아그니에슈카가의 삶은 180도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청소, 요리, 마법을 가르치는 드래곤에게 전혀 기죽지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밀고 나가는 아그니에슈카. 그녀는 어느 주인공들보다도 활기차고 당돌하며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망설이는 것도 잠시 당당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극복해 나아간다.  

특히 우드 숲으로 끌려간 카시아의 소식을 들었을때 앞 뒤 재지않고 망설임없이 친구를 구하려가는 그녀의 행동은 그런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우드로 들어간 사람은 누구도 나오지 못했다. 적어도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상태로 나온 사람은 없었다. 가끔 눈먼 채로 비명을 지르며 나오거나, 온몸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리고 일그러져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 끔찍한 것은 멀쩡한 얼굴로 나와 살인을 저지르는, 내면이 뭔가 크게 잘못되어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녀가 우드 숲에서 카시아를 데리고 나왔을 때도 그랬다. 드래곤은 그녀에게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아그니에슈카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냈고 결국 그녀를 구해냈다. 우드와는 1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드베르닉 마을에 살던 니에슈카와 카시아는 어렸을때부터 친구였고 언제나 함께였다. 아그니에슈카가 드래곤을 따라 탑으로 갔어도 그들의 우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어렸을때부터 이어져온 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위험한 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탄탄해졌다.

출간 즉시 네뷸러상, 로커스상, 브리티시 판타지상 등을 휩쓸었으며, 언론과 문단의 찬사를 받은 이 작품으로 그녀는 ‘판타지 대가’ 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책을 펼치자 눈 앞에 나타난 새로운 세계는 신비롭고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깊이 빠져든 나머지 그 세계가 어느 곳에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책 속으로 너무 깊이 빠져든 걸까. 아니라는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가에 심어진 나무를 보면서 하트트리가 생각나 예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무를 바라보기도 했다.

아그니에슈카와 카시아의 우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더욱 빛이 났고,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가 드래곤의 손길을 거쳐 마법사로 성장하며 검은 숲 우드로부터 폴니아 왕국을 지켜내는 과정은 책을 읽는 동안 열광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렇게 끝? 이 한권의 책으로 아그니에슈카와 드래곤, 그리고 카시아를 떠나보내기엔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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