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백승무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는 두 주인공 네흘류도프와 카츄사가 배심원과 피고인으로 지방법원에서 만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법정에서 마주한 순간 카츄사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지 몰라도 네흘류도프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분명 그가 아는 여자였다. 자신이 한때 사랑에 빠졌던, 말 그대로 깊이 빠졌던, 고모의 양녀이자 하녀.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그들의 첫만남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흘류도프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고모집에 머물며 토지 사유에 관한 논문을 집필하던 때였다. 고모 집에서의 첫 달은 지극히 행복하고 평온하게 지나갔다. 검은 눈에 걸음이 빠른 하녀이자 대녀 카츄사에겐 특별히 관심을 둘 새가 없었다. 이미 열아홉 살이었지만 어머니의 보호 아래 곱게 자란 네흘류도프는 너무나도 순수한 젊은이였다. 그에게 여자란 오직 배우자로서만 떠올릴 수 있는 존재였고, 아내가 될 가능성이 없는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부활절 일요일에 이웃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고모 집을 방문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차를 마신 후 잔디밭에서 술래잡기를 시작했는데, 거기에 카츄사도 함께 어울리게 되었고 몇 차례 술래가 바뀌는 동안 네흘류도프와 카츄사가 짝이 되어 도망다니게 되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호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녀를 떠올리고, 또 그녀를 만난다는 생각만 해도 모든 근심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모든 것이 더 재미있고 더 즐겁고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해 삶의 기쁨이 넘쳐났다. 그건 카츄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네흘류도프는 그녀와의 작별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떠나고 그 후 삼 년 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그가 카츄사를 다시 만난 것은 막 장교로 임관되어 부대로 부임하러 가는 길이었다. 네흘류도프는 삼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것을 헌실하는 성실한 청년이었지만 이제 그는 고상한 적, 쾌락만 좇는 방탕한 이기주의자였다. 카츄사를 다시 만난 첫날부터 네흘류도프에게는 그녀에 대한 예전 감정이 되살아났고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범하게 된다.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추악하고 비열했는지 그 순간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녀가 겪을 고통이나 그녀의 장래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치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녀를 농락하고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비열한 인간이라 여길꺼라 생각하고 그녀에게 100루블짜리 지폐를 쥐어주고 떠나버린다.

시간이 흐르고 사건에 휘말려 법정에 서게 된 카츄사와 배심원으로 참석한 이들의 만남으로 끊어졌던 인연이 다시금 이어지게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를 얽매고 있는 이 거짓을 깨부수고 말리라.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행하리라.’ 그는 결연하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미시에게도 사실대로 말하겠어. 나는 그녀와 결혼할 수 없는 난봉꾼이라고, 그러면서도 공연히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고. 마리아 바실리예브나에게도 사실대로 말할거야. 아니, 그 여자에게는 딱히 할말이 없으니 그녀의 남편에게 고백하자. 내가 나쁜 놈 이라고, 그동안 당신을 기만해왔다고. 진실을 인정한다면 유산 문제도 정리하자. 카츄사에게도 내가 나쁜 놈이었다고,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고백하고, 가혹한 운명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자. 그래, 그녀를 만나서 용서해달라고 빌어야겠다. 그래, 어린아이처럼 비는 거야.’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필요하다면 그녀와 결혼이라도 할 거야.’

그는 제자리에 서서 어릴 적에 그랬듯이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들어 누군가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하느님 아버지, 절 도와주시고 인도해주소서. 제 안에 깃드시어 온갖 추함을 씻어주소서!”

그는 하느님께 자신의 영혼 속에 깃들어 깨끗이 해달라고 애원하고 기도했다. 그사이 그가 애원하던 바는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하느님이 의식 속에 깨어난 것이다. 하느님의 영성을 느낀 그는, 삶의 기쁨과 활력, 자유와 강력한 선의 권능까지 체감했다.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고선을 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161)​

그녀와의 만남은 유부녀와 내연 관계에 있으며 미시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가 보기에 이 만남은 그저 우연에 불과한 것이고, 이 순간만 잘 버티면 인생을 망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잔인하고 파렴치하며 추악한지, 또한 자기가 얼마나 나태하고 방탕하고 무자비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고 있었다. 그 동안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그러한 삶과 양심의 목소리 사이에 얼마나 큰 거리가 생겨났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깨달은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방탕한 생활에 젖어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았던 그가 본인의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기억을 그날 밤, 그 끔찍했던 어둠 속에 완전히 묻어버렸다. 그날 밤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가 자신을 찾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 모든 것은 완전히 돌변했다.

​그날 이후 그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정신적 변화가 그녀를 지금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끔찍한 밤 이후 그녀는 더이상 선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선을 믿었고 또 사람들 역시 그 선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이후 그녀는 선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하느님과 선에 대해 말하는 건 오직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했던 그 남자는 그녀를 능욕하고 그녀의 감정을 농락하고는 그녀를 버렸다. 그뒤로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이 이 사실을 반증했다.  독실한 그의 고모들도 그녀가 예전처럼 일할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내쫒아버렸다. 그녀가 만난 모든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안달이었고, 늙은 경찰서장부터 형무소의 간수에 이르기까지 남자란 남자들은 모조리 그녀를 쾌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이 세성 사람들에게는 이 쾌락보다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만 살고 있었고, 하느님과 선에 대한 말들은 모조리 기만에 불과했다. 어째서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주며 괴롭히는지, 세상은 왜 이토록 어처구니없게 만들어졌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부활> 제 1권에서는 러시아 귀족 네흘류도프가 창녀 카츄사를 만나 과거를 뉘우치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 법정에서 그녀를 본 순간 그녀가 혹여라도 자신을 알아보고 과거 자신이 저지른 그때의 일을 이야기할까 전전긍긍하던 그였지만 재판이 이어지는 중에 그녀에 대한 생각이 점차 변화되어간다. 예기치않게 상황에 휩쓸여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배심원들의 실수로 카츄사가 시베리아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그녀에 대한 죄책감은 극에 달하게 되고 결국 그녀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녀와의 재회 이후 그의 내적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스스로 과거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뒤돌아보며 후회와 반성으로 참회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를 얽매고 있는 이 거짓을 깨부수고 말꺼라고 다짐하며 올바르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법제도로 인한 불합리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은 그 당시 사회모습을 적나하게 드러낸다. 부정과 향락에 젖은 사람들과 비교적으로 가난과 억압속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스 그려내고 있다. 특히 종교지도사와 상류층의 부패와 타락의 길은 과히 민중들의 모습과 상반되어 그들의 행패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부활에 등장하는 인물 중 완벽한 인물은 한명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불완전한 사람들뿐이다. 분명 선한 것도 악한 것도 모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나온다. 하지만 누가 어떤 마음가짐을 먹느냐에 따라 그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네흘류도프를 통해 적나라게 보여진다. 첫만남과 재회 후 네흘류도프가 참회하고 변화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인생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괜히 문학작품이라 일컬였을까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로 칭송받는 인물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글을 읽는이로 하여금 밑도 끝도 없이 빠져들게 만들며 역시 톨스토이라는 말이 아낌없이 나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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