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하윤재 지음 / 판미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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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치매 엄마와 함께한 10년,

이제는 내가 엄마를 기억할게​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어느 날 달라진 엄마의 행동에 혹시 치매인건 아닌가 싶어 엄마를 모시고 치매 검진을 받아 보기로 했다.

동네병원도 아닌 대학병원에는 왜 가느냐며 엄마는 노발대발하고 문밖으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려는 걸 무료 건강검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내고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교수님은 엄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는 자연스런 노화현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문진검사와 MRI를 찍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예약을 잡고 며칠 뒤 다시 방문한 병원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엄마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고 그녀만 먼저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그녀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여기, 뇌의 수축 현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게 보이죠?”

그 뒤로 전문 용어가 섞인 말들이 이어졌지만 나는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말에 온 신경이 쏠려 다른 말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두드러진 증상을 보이지 않았을텐데······. 보통은 이 단계를 훨씬 지나서 병원을 찾아오거든요. 어떻게 병원에 모시고 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나는 나물 반찬 이야기를 하며 그것은 흡사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는 내가 컴퓨터 전원을 켜지 못하고, 한글 파일을 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생 효도를 이번 한 번에 다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뇌과학 연구소와 우리 병원이 함께 진행 중인 치매치료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참여해 보는 게 어때요? 어머님과 같은 초기 환자들이 많이 없어서 서로에게 좋을 것 같은데. ”

교수님의 친절한 제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에서 외할머니, 다시 친할머니로 기억이 옮겨 가며 내 얼굴은 점점 핏기가 가시고 있었다.

진료가 끝나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눈물.

병원에 다녀온 후 그녀는 이불속에 파뭍혀 지냈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모두 머릿속으로 끌고 와 끙끙 앓았다.

엄마는 늘상 하던 대로 아침에 눈뜨면 집 안을 청소하고, 맛없는 아침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산책을 나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고작 자기 전에 알약 하나를 복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엄마는 치매라는 이름표를 단 지 3년이 지나고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춥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니 어느 순간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무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끔씩 집에 오면 냄비가 까맣게 타 있거나, 가재도구가 하나씩 사라졌다가 말도 안되는 장소에서 발견되는 등 이상한 현상이 반복됐다. 엄마는 시간, 요일, 날짜에 이어 계절 감각까지 잃어 갔다. 점차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엄마의 행동은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 엄마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을 일깨워 주었다. 그렇게 나는 있는 그대로의 엄마와 조금씩 대면하고 있는 중이다. 그토록 두려워하고 증오했던 치매라는 병앞에서


치매에 걸린 엄마를 10년 동안 돌봐 온 딸이 두 모녀의 일상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에세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자신의 삶을 하나둘 잊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자 자신이라도 엄마가 살았던 인생을 어떻게든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출발했다. 엄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컴퓨터와 수첩 귀퉁이에 서너줄씩 남기면서 어느날 문득 엄마의 삶이, 모녀가 함께하는 이 과정이, 어쩌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책을 펼치기 전 제목만 눈에 담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지라 책을 읽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일부러 가족들이 다 떠난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쏟아지는 눈물 방울들....

우리 할머니도 저자의 엄마와 동일한 병을 앓으셨다. 내 어린 시절 기억속에서 빠짐없이 등장한 할머니였기에 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모녀의 사진을 봤을때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은 한 편의 영화처럼 운명적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왜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이 나에게 찾아왔을까 싶어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반납하고 싶다고, 반납이 안 되면 교환이라도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신은 결코 그런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순간을 안기며 이 시간들이 그녀의 삶에 아주 중요하고도 소중한 순간임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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