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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2. 에티켓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ㅣ 오리진 시리즈 2
윤태호 지음, 김현경 교양 글, 더미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최소한의 거리, 에티켓
좋아서 먼저 다가가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다가서는 경우, 대부분 상대의 가벼운 저항을 먼저 받는다. 그 민망함은 반복된 경험으로 자연스레 해소시킬 수 있었다. 곤란함은 다른 데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다가서야 하는가이다. 그것은 매번 실패했다. 때론 침입하듯 상대의 관심에 들어가려 하거나, 상대가 선의를 갖고 품을 열어줬는데도 나의 경계심으로 주저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 결과로 남은 이들을 ‘친구’라 부르는가보다.
상대와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은 미션과도 같다. 매우 어려운 일이나 꼭 해내야 하고 유지해야 하는 감수성이다. 상대를 매우 싫어하거나 매우 좋아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우’란 말이 대개의 경우를 이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평범한’관계다. 평범한 관계란 의무를 지지 않는 관계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스스로 의무를 지거나, 마땅한 의무를 방기하여 상대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게다가 ‘매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에게조차 거리 조절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뻔뻔하고, 때로 무례하고, 때로 무심한 사람이 된다. 참 불편한 사람이다.
우리가 세상에 나와 ‘보은’을 획득하고 나선, 자신을 제외한 외계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낯선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살아가며 수없이 만날 외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그럼으로써 보여지는 자기 자신 또한 감당해야 할 자신의 몫일 것이다.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까워지기 위해. 더욱 사랑하기 위해.

먼 훗날, 사람들의 삶은 극도로 개인화되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류는 21세기에 등장한 지능정보기술을 대단히 반겼고 그 합리성과 편리함에 스스로를 의탁했다.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의 가이드를 충실히 따르는 삶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삶은 허무해졌고 영리한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허무함을 없애기위해 원시적인 행위를 제안했다. 노래부르기, 시합하기, 모험하기 그리고 단체활동.
사람들은 프로그램의 의도대로 단체활동에 참여했고, 단체마다 각각의 규칙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충실히 규칙을 따랐고 서서히 단체활동이 안전을 찾아갈 즈음 프로그램은 각 단체의 교류를 명령했다.
사람들은 단체의 규칙대로 서로를 대했다. 그러자 각 단체들은 타 단체와 차별성을 자랑하려 애썼고 각각의 규칙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때, 프로그램은 단체와 개인이 안전하고 훼손되지 않도록 오래전에 쓰이다 개인화 과정으로 사라지다시피 한 오래된 기술 하나를 제안했다. 다소 귀찮아 보이는 그 기술을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유 모를 동작을 반복하고 서로를 모방하고, 간격을 두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 역시 나를 존중해줘야 한다.’
‘나는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 너무 다가오지 말아달라.’
‘나와 거리를 유지해달라.’
‘나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봉투가 아직 아이 같은 로봇이다 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모르겠지.
사람마다 지켜야 하는 거리가 있거든. 봉원이도 모르는 사람이나 싫은 사람이 옆에 오면 좀 떨어져 있고 싶지? 봉투는 로봇이라서 그런 게 없다 보니까 거리감 없이 다가서다가 혼난 거야.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아는 게 중요해. 가까워지기 위해서.

얼마나 떨어져야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가르쳐주세요. 아줌마···.
에티켓 -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 예의, 예절, 품위로 순화.
이 프랑스어는 우리 언어생활 안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라디오나 택시처럼 토박이말과 동등한 지위를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국어학자들이 추천하는 말을 놓아두고 굳이 외래어를 사용한다. 에티켓에는 예의에 없는 독특한 어감이 있기 때문이다. 에티켓이라는 단어의 독특한 어감을 설명하려면 몇 가지를 더 살펴보아야 한다. 그중 하나는 에티켓이 어떤 시설이나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에티켓은 실제로 문명의 도구와 나란히 진화했다. 포크가 등장하면서 포크예절이 생겨나고, 전화가 발명되면서 전화 예절이 생겨나는 식이었다. 에티켓은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바로 본능의 자연스러운 충족을 억압하는 방향이었다. 새로운 시설이나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에티켓을 지킬래야 지킬 수 없다.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식이 필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쩔 수 없이 우리의 공간은 침범당한다. 우리가 선택해서건 강요해서건. 그래서 때로 우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나보다.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만큼 약속도 많아졌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에티켓을 지키는 일이고, 에티켓을 지킨다는 건 나에게도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우리가 서로 허용한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를 보호하는 가장 첫 번째 조건.
접촉의 정도를 결정하는 ‘관계의 거리’는 개인마다, 사회마다, 역사 시기마다 다르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친밀해질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안전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친밀함을 표현하고 느끼기를 원한다. 그 미묘한 경계를 결정짓는 것이 제2의 사회적 본능 에티켓이다. 인공지능 로봇 봉투는 인간의 친절한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봉투가 인간들과 함께 지내면서 인류가 쌓아올린 과정을 차근차근 학습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함께 배워나간다. 그래서 이 책이 교양만화가 아닌 학습만화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만화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우며,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윤태호 작가님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우리를 삶을 돌아보게도 만들고 일깨우기도 하며 다시금 곱씹어보게 만든다. 단순히 웃음과 재미를 전달하는 다른 만화와는 급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믿고 보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