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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넉넉한 형편이면 자신이 모시겠지만 본인의 생계를 꾸리기에도 벅차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미안함에 시인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와 반대로 가난하고 귀가 먼 어머니는 제게 너무 소중한 아들이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싶고 먹여주고 싶다. 본인은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데도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할 아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 고깃국을 먹자며 식당을 찾아 들어가 설렁탕 두 그릇을 시켜 음식이 나오자 주인에게 소금을 많이 넣어서 짜졌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거짓말을 한다. 어머니의 한결같은 자식 사랑 앞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시인은 툴툴거리면서도 이내 국물을 덜어내는 어머니의 손길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다. 뻔히 보이는 그 마음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으랴. 괜히 마음만 더 쓰라려진다.
주인아저씨는 그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어머니의 서툰 속임수가 뻔히 보이는데도 모자의 행동을 애써 외면하며 못본척 넘어가준다. 시인은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양 만들어놓고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닦아낸다.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도 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그만큼 크고 위대하기에 차마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결같은 그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책 속 세상에서는 영웅도 악한도 모두가 저마다 자기 사연을 늘어놓는다.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책은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한없이 단단해 약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들에게도 남들 모르게 숨겨진 나약한 부분이 존재했고, 너무 선량해서 남의 것을 탐할 것 같지 않은 이에게는 교활한 눈빛이 숨겨져 있었으며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악당에게도 순수함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틈이 생기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사는 삶에 빗대어 그 인물속에서 내가 보여 슬픔에 함께 슬퍼하기도하고 내가 그들이 되어 겪은 보지 못한 인생을 겪어보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비참한 모습에 나는 그렇지 않아 안도하며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다짐을 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책 속 인물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껴지기도 하고 위대해 보였던 영웅도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시간동안 상처받은 내 마음이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땅을 짚고 일어서는 지팡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지친 하루 끝에 재미와 웃음을 선사해주기도 하며 집중하다보면 우울했던 기분은 날아가버리고 행복으로 가득차기도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내가 읽었던 책들이 등장해 반갑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내용에서는 일부만 소개되는 이야기에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같지 않기에 저자의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같기도 했지만 미묘하게 조금씩 달랐던 터라 이미 읽은 책이 새롭게 느껴졌고 다시 읽어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윌리엄 포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