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 나를 위로하는 보드라운 시간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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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그릇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사람이 부러웠다. 성실하게 자신이 해야 할 바를 해내는 사람, 주위의 자극에도 마음이 쉽게 팔랑거리지 않으며 온화한 그런 사람. 깊이 있게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큰 그릇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난 많이 작고 얕았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이 났고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도 두려웠다. 이렇게 작은 그릇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흘러넘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작은 그릇에 고양이 다섯 마리를 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봄의 풍광을 담고 달을 담고 아름다운 계절을 담았다. 여전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화가 넘치고 조금만 힘들어도 투덜거림이 흐르지만 내 그릇에도 아름다운 것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모양과 크기로 각자 세상을 담고 있구나. (p.107)




 

서로를 끌어안는다

 

사람인 나와

고양이인 너는

서로를 그리워한다.

 

상처받은 마음에 힘들어하던 내가

아픈 몸으로 바스락거리던 너를

 

 

한껏 겁에 질려 날카롭던 네가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던 나를

 

사람인 나와 고양이인 네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메마르고 매서운 모래바람 같던

시간을 건너

 

너와 내가

결국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사람인 나와

고양이인 네가

서로를 끌어안는다.  (p.300)


멋지게 사표를 내고 생각한데로 살고 싶지만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출근하기 싫을 때는 고양이 사료와 모래 값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는 그녀 진고로호.

고양이와 함께 어울리다보면 하루의 스트레스는 날아가버리고 언제 걱정거리가 있었냐는듯이 마음이 깨끗해진다. 그래서 힘들어도 고양이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살아가지 않을까.

이들 다섯마리 고양이야 말로 숨박히는 현실에서 그녀를 진정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다.

퇴근하고 자신을 반기는 다섯마리의 고양이.

태양같이 밝고 환한 성품에다 잘 생긴 얼굴, 거기다 넘치는 사랑까지 가진 매력적인 고양이지만 사고뭉치 모험가인 고로​. 하얀 바탕에 꿀색 털이 보기 좋게 섞인 체격은 크지만 성격은 온순한 사랑스런 오줌싸개 진고​. 진고로호의 뮤즈이자 아름다운 삼색을 지닌 까칠한 여신 호순이​.

 동대문을 떠나 함께 살게 된 소녀 동동​. 작고 가녀린 몸에 얌전한 자태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았다. 소녀 동동은 착하고 상냥했다. 사람을 귀찮게 하거나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들과 처음 만나던 날 소녀 동동은 단단한 고로를 때리고, 까칠한 호순이의 기를 꺾으며 본색을 드러내어 이 구역 대장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너무 못생긴 고양이 코깜이​. 눈은 결막염에 걸려 고름으로 가득 차 있고, 길고 삐죽한 귀 안은 진드기로 더러워져 일단 고양이를 살리고 좋은 가족을 찾아줘야지란 결심으로 고양이를 데려왔다.  코가 까맣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코깜이란 이름을 지어 돌보며 정을 주지 않으려 열심히 철벽을 쳤건만 입양문의는 한 건도 없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결국 이 집의 넷째가 되어버린 고양이.

진고로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귀여운 고양이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어 나도 보들보들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야옹야옹~ 보드라운 털을 가진 고양이 한마리.

나도 입양을 해볼까? 생각을 해보지만 생명을 키우는데 정말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항상 망설이다 또 다시 절망에 빠지고 만다.

무거운 몸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다섯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지 않을까?

때로는 그들의 뒤치닥 거리에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 소중한 가족이 되어 함께 생활해가는 그들이 모습이 참 따뜻하고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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