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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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년동안 중환자실의 간호사로 일하며 여러 형태의 죽음을 접해왔다. 보통 중환자실간호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참 고생이다, 사망하는 환자를 돌보는 게 힘들지 않냐는 반응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중환자실간호사였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현장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가족들도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을 홀로 견디는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핀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간호사로서 사명을 갖게 하고, 소수의 환자들에게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누구보다도 ‘내 환자’를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을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녀가 간접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기회였으며 중환자들의 삶과 투병과정, 임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갖가지 사연을 이해하느라 노력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인생을 배우고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감을 잃었고 무엇이 환자를 위하는 길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가족들이나 의료진은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의 입장에 서 있을 수 밖에 없고, ‘보호자’에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이 글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현대적 의료기술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던 산골에서 어린 시절에 경험한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2장과 3장은 저자가 일한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임종을 맞이했는지, 임종을 전후하여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경험한 사례들을// 마지막으로 아주 미약하지만 다른 가능성들, 적극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급성기병원의 중환자실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나마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임박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잘 이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를 실었다.

 

하늘은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읽게 된 이 책은 날씨 만큼이나 내 마음도 흐려지게 만들었다. 저자가 겪어온 사례들을 앞에 두고 ‘지금 내가 죽음을 준비한다면?’ 여러번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나이도 있고, 나이와 관계 없이 죽음은 불시에 찾아오는지라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 앞에서 나는 의연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후회는 하지 않을련지 생각이 복잡해졌다.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홀로 겪어야 하는 고통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죽음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상황이 너무 무섭고 두렵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함께 하면 정말 좋겠지만 나도, 남겨지게 될 이들에게도 고통을 쥐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할 틈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는 제일 피하고 싶다.

연명치료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의식없이 하루하루 기계에 의지해 연명해가는 것을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준비가 되지 않은, 아직 보내드릴 수 없는 보호자들의 간절한 마음과 그동안 자신이 행한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닐련지.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며 죽음을 앞둔 환자의 마음도, 떠나보내야 하는 보호자들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갔다. 모두 개개인의 입장과 사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지켜보는 우리도 겪는 본인들도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본인들보다는 죽음에 직면해 있는 환자 본인의 생각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와 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보호자에게 제일 후회없는 선택이란 무엇일지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환자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본인들의 감정에 치우쳐 환자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 가족의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의 바람을 읽어주는 보호자가 되고 싶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아픈 이의 작고 느린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 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보호자. 환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숨김없이 알려주고, 그로 인해 불안한 순간까지 지켜봐줄 수 있는 성숙한 보호자.

 그게 내가 가족을, 그리고 죽어가는 이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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