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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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관두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다나카 슈지.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다쿠에게 일주일 단기 아르바이트를 소개받게 된다. 평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5분에서 10분정도 일찍 출근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슈지와 달리 사사키 다쿠는 아르바이트생 중에서도 월등한 지각 상습범으로 매번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며 라커룸으로 옷갈아 입으러 들어가서 족히 10분은 지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교대할 다음 근무자가 오지 않으면 퇴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연 모두가 최악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지난번 갑작스레 가게 된 할아버지 병문안으로 다쿠에게 빚을 진터라 어쩔수없이 승낙을 하긴 했지만 평소 그의 행실로 보아 탐탁치 않다. 게다가 소개받은 근무처 히어로즈(주)는 정말 웃기는 회사 이름에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다. 검색을 해보니 ‘히어로를 제작을 돕는 간단한 일입니다’ 라는 설명뿐. 당일 다쿠가 보낸 지도를 따라 도착한 곳은 콘크리트 외벽에 기다란 금이 몇 줄이나 가 있고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낡아빠진 회색건물이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계단을 올라 사장님과의 면담 후, 대저택에서 일하는 집사장으로 보이는 미치노베씨를 따라 일을 하러간다.

그가 맡게 된 일은 인기작가 도조 하야토 선생님을 히어로로 만드는 일이었다. 무사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일을 마치고 정사원을 뽑는 면접과 시험을 치르게 되는 슈지. 

진심 어린 친절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삼퍼센트의 시험합격율을 뛰어넘고 당당히 합격하여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직원이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여 헤매지만 주위 동료들의 격려에 힘입어 본인의 특기 분야를 살려서 세상에 히어로즈를 만드는 프로듀서로 활약을 하며 매일 평범하고 단순했던 그의 일상생활이 점점 활기를 띄게 된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을 떠올릴까.

옛날에는 좋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더없이 평범한 인생이었다 싶을까.

어쩌면 옛날에는 너무 괴로웠으니 차라리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체 어느 인생이 ‘정말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p.193)

나도 늙어서 언젠가는 할머니가 되겠지.
그때 내 인생을 되돌아 봤을때 나는 무슨 생각이 들까.
슈지의 할아버지처럼 일만 죽어라 하고, 사치도 한 번 못 부리고 아무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지만 활짝 웃으며 정말로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다 생을 마감하면 참 좋을텐데..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아낌없이 최선을 다해 매일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마음에 쌓았던 것을 단숨에 토해내듯 거칠게 말했다.

“지금까지 뭐든 희생했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남이 눈치채면 그걸로 끝! 어째서 사람을 좋아하는 일로 소속사에서 혼이 나야 하지? 나도 자신이 상품이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상품이라도 살아있는걸! 로봇이 아니야!”    (p.207)

그녀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긴 하지만 상품이기 전에 그녀도 살아있는 인간이다. 연예인이기에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놓지도 사랑도 마음껏 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속사와 그런 것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이 얼마나 속상할까.

그녀가 살아온 인생은 대중이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특별한 삶은 아니었을것이다. 물속에서 평온한 모습 아래로 열심히 물갈퀴를 젓고 있는 오리 마냥 화려한 모습 뒤에 외로움과 괴로움을 감추고 있는거겠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려 정작 본인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조차 없다. 그녀가 스스로가 택한 선택이긴 하지만 너무나 가혹하다. 미움받지 않으려 버둥되는 그 모습들이...

 

 

나는 항상 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과 작가 이름을 훑어보는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알고보니 이 달에 개봉하는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원작작가다.

제목이 참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저 책이 일본 직장인들의 열광적 지지 속에 7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전작 이후 일년,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간신히 나온 두번째 작품인 <주식회사 히어로즈> 심혈을 기울여 오래 걸린만큼 작가의 의도대로 재미있는 작품이 만들어 진 것 같다. 이 책 마저도 영화화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미치노베씨와 미야비를 비롯하여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엄청난 무기를 가진 강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슈지처럼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해결을 하지 못한 채 그들 개개인에게 나타난 히어로로 이 자리에 있게 된 것 이다. 그게 자신일수도 있고 지나던 길에 만난 낯선 사람일수도 있고 인생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알 수가 없다. 히어로즈라는건 기본적으로 누구든 된다. 히어로라는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히어로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히어로는 누구일까?

히어로즈는 뜻밖에 가까이에 있다. 유명한 사람이 아닌 누구나 분명히 히어로가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

남의 인생에 관여한다는건 무서운 일일까?

하지만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슈지나 미치노베씨, 미야비 같은 직원들이라면 안심하고 내 인생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친절하고 성실한 슈지같은 직원이라면!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히어로즈라는 이름만큼이나 거창한 그들의 일 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인간적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 소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지금 우리 현실과 별반 다를바가 없어서 읽는내내 책이긴 하지만 어딘가에 진짜 이런 회사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생은 정말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가 없다. 후회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도록 해야지. 유일무이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저마다 열심히 노력하며 성취해내는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딱히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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