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햇빛 아래서 빨갛게, 노랗게 익은 곡식을 거두어 들이는 계절 가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라 그런걸까?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해마다 다가오는 가을이 너무나 반갑다.

이번 샘터 10월 표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곧 있어 다가올 추석이 생각난다.

물론 처음에는 음식을 해대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겠지만 온가족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그간 지내온 이야기를 털어놓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이번호에서도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농작물을 수확한 것 마냥 한가득 푸짐하게 담겨있다.

 

 

 

 

 

 

이달에 만난 사람은 배우 나문희선생님 ^^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늘 텔레비전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았던터라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아침 일찍 잡힌 인터뷰에 혹시나 방문객들이 공복으로 달려왔을지 몰라 낡은 천가방 안에서 챙겨온 음료를 주섬주섬 꺼내드는 모습에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가 돋보인다. 행동 하나하나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수더분한 이웃 아줌마 같아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1기 성우로 합격해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젊어서는 좋은 배역이 들어오지 않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서 죽어라 연습을 했다고 ...

지금도 손에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틈이 날때 직접 녹음한 대사를 들어보며 발성과 감성을 다듬어 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그녀는 언제나 표정과 소리를 갈고 닦는다. 그런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녀의 연기에 빠져들어 웃고 울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연기 경력이 60년 가까워 온다는 그녀,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된다.



이번호 특집 내인생의 가을걷이〔외할머니의 졸업장 따기 대작전〕

졸업장을 따는게 평생 꿈인 외할머니가 가족들의 설득에 용기를 내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교복도 맞추고 책가방도 사고 입학준비에 나선 할머니의 모습이 소풍을 앞둔 아이 마냥 설레여 보인다.

젊은 동무들이 할머니의 도시락 반찬에 손을 대지 않아 그들과 어울리려 일부러 도시락도 두개씩 싸다닐만큼 열정적으로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식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한 학기만에 중도 포기하게 되었다. 결국 일흔이 넘으셔서 실버대학 수료증을 받으셨다는 할머니.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이모가 생각났다.

옛날엔 어느 집이나 그렇듯 그 시절은 모두가 힘들고 가난한 시절이었다. 우리 엄마의 가족들도 형제들이 많아서 이모는 어렸을때 일찍이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짊어지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조금 불편함은 있었지만 크게 느끼지 않고 살고 계셨는데, 오빠들이 결혼을 하고 손주들이 태어나면서 책도 읽어주고 가르쳐 주고 싶은데 글자를 쓰고 읽을 줄 몰라 이제라도 배워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직접 적당한 곳에 등록도 하시고 열심히 배우셨다.

어느날 내려간 친정에 있는데 이모가 한글 숙제를 들고 찾아 오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오기였는데 아직 한글을 쓰는게 서툴다며 자신이 말하는대로 한자한자 크게 또박또박 써달라며 수첩을 내미셨다.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70세의 나이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이모의 모습이 너무 빛나고 멋져보여 한자한자 정성들여 땀까지 흘러가며 써드렸다. 내색은 안해도 분명 학교도 다니고 싶었을텐데 다른 형제들을 위해 꿋꿋이 참으셨겠지...



 

 

 

행복 일기

〔대물림되는 쌈짓돈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주 사랑. 깊숙히 숨겨두었던 쌈짓돈이 손주들 앞에서 아낌없이 주어진다.  차곡차곡 모아온 자식들이 준 용돈이, 그들의 자식에게로 전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본인 맛있는거 사드시라고 그렇게 안받으시는거 꾸역꾸역 주머니에 넣어드렸더니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의 사랑은 정말 아낌이 없다.


〔또 손목시계야? 

남편이 아내의 낡은 코트를 보고 그동안 변변한 옷 한 벌 사주지 못한 미안함에 겨울을 따뜻히 보내기를 바라며 아내에게 돈을 건냈다. 아내는 자신의 것만 사자니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느라 고생하는 아들의 낡은 시계가 마음에 걸려 그 돈을 가지고 옷 대신 시계를 사오게 된다. 남편은 아내가 쇼핑하는 동안 아내나 엄마의 역할은 잠시 잊길 바랐는데 아내에게는 역시 가족이 우선이었나보다. 자신과 살면서 그만큼 자신을 가꾸는데 인색해진거 같아 괜히 미안해져 다시 돈을 쥐어주며 이번에는 꼭 당신 옷을 사 입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 돈으로 자신은 유행이 지난 촌스러운 점퍼를 사고 나머지 돈을 보태어 어제 샀던 아들의 시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꿔온다. 자신은 아무 옷이나 입으면 된다며...

남자들이 보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지만, 엄마이자 아내인 나는 너무나 공감이 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씀씀이가 달라졌다.

밖으로 나가보면 내 옷보다도 신랑 옷과 아이 옷이 눈에 들어오고 어느샌가 쇼핑백에는 그들의 옷가지가 가득하다. 신랑이 그러지 말라고 자꾸 눈치를 주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걸 어째..

매번 언니 옷 좀 사입으라는 동생의 잔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날 구박하던 내 동생이 시집을 가더니 달라졌다. ‘언니 나도 결혼하니까 언니처럼 되더라’ 하는데 둘 다 웃어버렸다.



 

​길 위의 사람들 ​초방과 연대동문길

예전에는 동네마다 서점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잘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와 자주 책 데이트를 하는 나로써는 그 사실이 몹시 아쉽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은 아이 본인이 직접 보고 사는게 참 좋은데....

작년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림책 동화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그 강연에서 동화책이라고 하면 유아나 어린이들만 본다 생각했었던 내 고정관념이 완전 깨져버렸다.

동화책이라고 해서 꼭 아이만 보는 것은 아니며 어른들도 볼 수 있다는 내용의 강연이었다. 선생님께서 동화책의 이야기는 제외한 그림만을 편집하셔서 영상으로 띄워 보여주셨는데 그 글을 보며 동화책의 내용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예상했다. 잠시 후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에 그곳에 모인 학부모님들이 크게 놀랐었다. 글자를 알게 되면서 그림보다 글만 보며 책을 읽는게 습관화 되어버렸는데 이제 그림을 잊지 않고 꼭 눈여겨 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리하이 대학에서 유학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2년간 머물렀던 신경숙 대표가 그곳의 선진화된 어린이 책과 서점을 둘러본 후 서울에도 어린이 전문 서적을 만들기로 결심해 연대동문길에 ‘초방’ 이라는 어린이 전문 서적이 생기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지방에 살다보니 그런 소식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이야기 하나하나 따뜻함이, 항상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샘터. 

다음호에는 또 어떠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기다려진다.

38년간 정들었던 집에서 떠나 혜화동이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새 출발을 시작하게 된 샘터.

구석구석 그리움이 손때가 되어 묻어 있는 그 곳을 떠나는 게 아쉽고 힘들겠지만 힘찬 새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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