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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평점 :

나는 시즈코 할머니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파파상......
나의 아빠라는 뜻이다.
나, 의, 아빠.
그렇다면.....
“아......”
무심코 시즈코 할머니를 보았다.
“알겠니?”
“네. 아마.....”
그냥 ‘쇼타로 씨’라 불러도 된다. 그런데 굳이 ‘파파상’이라 부른다. ‘타마짱 아빠’라 부른다.
샤린은 아빠를 부를 때마다 나도 ‘가족’의 한 사람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파파상’은 남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딸인 내가 있어야만 성립되는 호칭이다.
어느 쪽이든 샤린이 나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샤린은열일곱 살 때 부모님과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외톨이가 되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가난에 몸마저 상한 샤린은 지인의 소개로 일본에 건너와 전국을 돌아다니며 필리핀 클럽 같은 데서 일하다가 홀아비가 된 아빠를 만났다. 너무 밝고 씩씩한 샤린이라서 그 내면에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큰 일을 겪고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샤린.
타마짱은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기 상처와 아픔이 더 크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샤린도 타마짱 못지 않게 클텐데... 샤린은 타마짱을 진심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기분을 살피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등 배려하는데 아직 어린 타마짱의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나보다. 가족끼리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싶은 것 뿐인데 말이다.

“샤린은 엄마 대신이 아니란다.”
“두 사람을 저울에 올리면 안 된단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야. 에미는 에미, 샤린은 샤린이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고 둘 다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란다. 타마짱이 샤린과 잘 지낸다고 해서 엄마를 잊는 거너 아니지 않겠니? 또 에미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타마짱도 내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인정하지 싫었던 거겠지. 그렇게 엄마의 자리가 잊혀지게 될까봐..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 나는 엄마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기 위해 더 애를 쓰고 그러면서 엄마의 자리를 파고드는 샤린과 자꾸 부딪혔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
떠나고 싶지 않은데, 영원히 잏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인생은 제한되어 있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저렇게 온전히 평화롭게 떠나갈 수 있을까?
작가는 죽음의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시즈코 할머니는 슬프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서서히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으며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엄마 자궁 속 양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평안함. 다시 나는 돌아간다.
죽음을 맞이하는 시즈코 할머니를 지켜보며 이 세상이 너무나 멋진 곳이라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