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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박 간병 일지 - 어느 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미아오 지음, 박지민 옮김 / 이덴슬리벨 / 2023년 8월
평점 :



돌봄자가 처한 상황은 마치 투명한 상자 안에 갇힌 외톨이 같다. 바깥은 분명 환하게 밝은데 안쪽으론 햇살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햇볕은 분명 따뜻할 텐데···. 나는 느끼지 못한다. 상자 안은 늘 춥고 시리다. 돌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명은 하루하루 사그라져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보답은 없고 고통과 상처만 가득한, 결과가 정해진 여정이다. (p.19)
돌봄자는 우선 자신을 돌봐야만 한다. 나를 보호하고 안정된 마음을 유지해야만 자신과 가족 모두 지치지 않고 돌봄이라는 긴 여정을 걸어갈 수 있다. 내게는 마음을 다잡아 주는 게 바로 그림이었다.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음악을 듣든 게임을 하든 다 좋다. 돌봄자들은 마음의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우리 몸은 자유롭지 못해도 영혼만큼은 자유로워야 하니까. (p.76)
이 책은 사랑하는 부모님께 보내는 저자의 마지막 인사다. 아픈 가족을 간병하고 돌보는 돌봄자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이별의 아픔을 아직 겪어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이미 경험한 이들에게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을 담았다.
“어느 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암이 그녀의 집에 찾아왔다. 폐암에 걸린 엄마와 암 중에서도 가장 지독하다는 췌장암에 걸린 아빠까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돌봄자가 되어 부모님을 돌보게 된 그녀. 그 길은 정말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주위의 오해와 질시를 끊임없이 받아야만 하는, 고통과 상처만이 가득한, 잘해도 또 덜해도 당연하게 욕을 먹어야만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꿋꿋이 이겨 내야 하는 힘겨운 일.
“‘생명이 꺼져 가는 과정은 이렇게나 잔인한 거구나···’ 아빠는 자신의 생명으로 제게 죽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죠.” 때론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낸 저자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무력함과 슬픔. 그 상실감을 감히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의 감정을 하나씩 공유해 가며 잠시나마 그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었는데 그 기분은 이로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닌데 금방 눈시울이 붉어진다. 엄마가 건강을 회복하고 난 후, 아빠까지. 다시 돌봄자가 되어 부모님의 곁을 지키는 그녀. 곳곳에서 마주하는 저자의 위로와 응원에 또 눈물이 울컥.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언젠가 나에게도 불시에 찾아올 이별, 슬프지만 이게 우리 현실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일. 그때를 대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내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미리 대비하고,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