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이 비올라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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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할머니들을, 나는 어려운 악보를 앞에 둔 것처럼 멀뚱멀뚱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웃고, 칭찬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고 어린애 같을까. 이 할머니들이야말로 열세 살짜리들 같고, 가만히 서 있는 나야말로 훌쩍 나이를 먹어 버린 사람 같다. 노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실력이 늘어나고, 인정을 받아 경력이 쌓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그냥 노는 것이다. 그냥! (p.58)




노란 하이힐을 신고 에그 셰이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우리 할머니, 꽹과리에 맞춰 장구를 치는 할아버지, 하모니카를 부는 할머니, 탬버린으로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박자를 맞추는 할머니, 트라이앵글을 치는 할아버지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앙상블이다. 비올라는 켜는 선욱이에게는 박자가 정말 중요한데, 이상하게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박자나 음정을 틀리게 연주하는 것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보는 사람을 들썩이게 만든다. 아파도 힘들어도 비올라를 연주하는 선욱이와 달리 악보와 박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몸을 들썩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책에는 <우산 없이 비올라>, <팔뚝 피아노> 이렇게 두 개의 작품이 실려 있다.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주제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친구도 뿌리치고 오직 비올라만 손에 붙들고 배우고 또 연습하고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가는 선욱이. 교통사고 이후 의식이 없는 새별이를 깨우기 위해 병원에서 특별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친구들과 동생 진주. 책을 읽으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을 잔잔히 덥혀 주던 할머니의 말이었다. 그런 할머니 덕분에 악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선욱이와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깨어날 수 있었던 새별이까지. 책을 덮은 후 문득 선욱이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유 했으면 좋겠어.’ 부디 작가님의 당부처럼 모든 아이들에게 매일매일이 재미있는 하루가 되기를. 냉혹한 현실에 지배당하기보다는 책의 주인공 선욱이와 새별이처럼 재미있게 즐기면서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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