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 나의 비행은 멈춰도, 당신의 여행은 계속되길
우은빈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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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은 계속되고 아직도 매일같이 짐을 꾸린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비행, 만나고 또 만나고 스쳐 가는 승객들. 지금도 비행이라는 일이 내 손에 꼭 맞게 쥐어지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럴 일은 영영 없을 거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미더운 승무원이 되고자 캐리어를 끌고 현관을 나선다. 이런저런 비행 이야기를 품은 몸, 이 몸뚱이 하나 믿고 비행기 문 앞에서 승객을 맞이한다. 이 몸은 오늘도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어떻게든 맞이하고 감당해야 한다. 기내에서만큼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눈길로 말이다. (p.118)




꽤 오랜 시간 하늘 위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 보따리 개봉박두! 이게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승무원.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일에 대한 부담감이나 피로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당탕탕~ 참으로 다사다난하다! 이륙해서 착륙하기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비행기 안! 울그락불그락 화를 내며 삿대질을 하는 무례한 승객과 그와 반대로 시간이 지나 지금도 저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머무를 만큼 따스한 말로 그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이 되어준 승객까지 정말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승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하길 즐긴다는 저자! 그녀는 대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승객과의 대화가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 비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승객에게 말을 걸고 또 건다. 그렇게 귀중한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비행에서 개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비행 일지에 적어 기억한다. 그 이유는 승객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비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기억이 그녀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받았던 ‘오늘 수고했어요’, 그 한마디를 누군가에겐 꼭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유독 지쳐 있을 누군가에게 그 말이 힘이 되어 활력을 되찾길 바랐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의 수고를 알아보고 어떤 형태의 말이라도 남기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수고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고를 알아보며 세상은 그렇게 한없이 미더워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함께 담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승객의 안전과 생명과 마음까지 책임지는 승무원! 당연하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하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저자의 비행 기록! 재밌고 황당하고 낯 뜨겁고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긴박한 상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붙잡았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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