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식탁 - 나를 위해 푸릇하고 뿌듯한
홍성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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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로 상추를 씻어서 물기를 탁탁 하고 털 때 느껴지는 경쾌함, 손으로 만질 때의 풋풋함, 입안에서 느껴지는 아삭함 등 상추로 느낄 수 있는 촉감과 소리 모든 것이 좋다. 특히나 상추에 들어 있는 풍부한 락투신 성분은 진정과 숙면에 도움이 되는데, 지친 육아로 숙면을 하지 못하는 내게 안정적인 천연 수면보조제 역할까지 하니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p.60)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연륜이 쌓이는 것과 비례하게 몸에도 자꾸만 무언가 쌓이는 것처럼 위장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때마다 마를 정성스럽게 강판에 간 다음 밥 위에 고스란히 얹는다. 그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한 끼로 식사를 마친 날에는 하얀 마가 없어지는 것과 비례하게 무거웠던 마음이 눈 녹듯 가벼워지고 개운해진다. 물론 한 그릇만 먹는다는 전제 위에서 말이다. (p.69)




“초록색으로 가득한 식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까지 푸릇하게 가득 찬다.”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이 차린 스물 일곱 번의 식탁, 그 위에 놓인 채소의 맛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녀만의 표현에 의하면 채식접근자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본격 채식 생활은 너무 힘드니까. 대신 식탁 위에 채소를 하나 더 얹는 정도랄까?! 그녀가 제안하는 건, 근사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고, 있어 보이는 방식이 아닌, 물이 흘러가듯이 힘들이지 않고 쉽고 편하게 채소를 즐길 수 있는 방식! 그녀가 추구하는 식탁은 다양한 재료가 골고루 올라오되 채소의 비중이 좀 더 많은 푸릇푸릇한 식탁이다.


쑥갓, 감자, 상추, 당근, 양배추, 연근, 마늘, 표고버섯, 양파······. 책 속에 나오는 이 재료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채소들. 책에는 이 채소를 가지고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각양각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에세이보다는 요리책에 더 잘 어울린다. 저자의 말에는 묘한 힘이 있다. 사람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든다. ‘나도 저렇게 한 번 해볼까?’ 채소에 인색했던 사람들에게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채소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고기보다는 채소! 오늘은 무얼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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