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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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에세이를 써오면서 느낀 게 있다면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 없이는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때에 따라 ‘나’가 될 수도 있고, ‘너’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글에는 어떤 식으로든 글 쓰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쓰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또 그 안에서 일상의 의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p.79)


각자의 힘든 일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인생에 힘든 일이 아예 없으면 좋겠지만, 초콜릿이 맛있다고 초콜릿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만큼이나 잘 못 먹고, 잘 못 살고 있는 이야기도 있어야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또 좋은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그렇게라도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말해줘야 주변 사람들도 내가 동굴에서 나올 때까지 먼발치에서나마 기다려 주든, 적절한 위로나 격려를 보내주든, 할 수 있다. (p.124)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을 갖고 있어서 중요한 건 ‘정도’와 ‘빈도’이다. 정도는 ‘선’이다. 사람 사이엔 선이 있다. 그 선을 자꾸 넘어오는데도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모습만 기억하며 참는 건, 신용 불량자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카드 돌려막기로 회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악순환이다. 당장은 큰 분란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게 더 큰 해를 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선을 느슨하게 내어주다보면 어느새 그 경계는 사라지고 없다. 언제든 선을 넘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빈도는 ‘습관’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의 형태를 지닌다. 몇십 년 동안 살면서 가져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상대방과 천천히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p.144)



“내 인생, 내가 살기 나름!” 주춤거리지 않고 나답게, 당신답게 쓰는 날들을 위하여~! 나만의 시간으로 차곡차곡 채워가는 일상의 기록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에 함께 공감하고 감동을 받게 되고 그게 또 위안이 되어 차곡차곡 마음 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그래서 이번엔 평소보다 좀 더 조용한 시간대를 골라 차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저자의 일상을 함께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정성을 쏟아 붓고 아낌없이 힘쓰는 일이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내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 저자는 이를 통해 각자 스스로 살아온 삶을, 또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들을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 중요한 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도 해도 뭐든 한 번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 나를 써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한 번에 되지 않는 인생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 보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다.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나답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하나 없다. 내 배가 고프니까 일단 밥부터 먹고, 졸리니까 일단 낮잠부터 자고, 변기가 막혔으니까 일단 변기부터 뚫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모습! 이렇게 하루하루 기록하다보면 내가 살아온 삶이 보인다. 남들과 비교하며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차곡차곡 채워가는 하루하루. 그래서 편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이 좋다. 굳이 뭘하려고 꿈틀대지 않는 지금의 내가 더 좋아보인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런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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