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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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이 떠난 캠핑은 언제나 불안하지만, 온전히 지금에만 집중할 수 있다. 먹고 자고 양말의 색을 고르는 일이 하루의 전부가 되는 것.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고 나면 잔챙이 같던 잡생각이 싹 사라진다. 내일의 불안함을 미리 당겨오지 않고, 오늘 주어진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좋다. 그저 하나의 생각만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게 여행이 주는 기쁨이 아닐까. (p.50)


용기도 두려움처럼 패턴을 이룬다. 몇 번의 두려움에 노크를 하다 보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작은 용기들이 나름의 패턴을 이뤄 자리를 잡는다. 한번 해봤으니까 일단 기회 앞에 나를 던지는 용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용기, 머뭇거리면서도 언젠가 해낸 기억을 믿고 선택하는 용기. 늘 작다고만 여겼던 것들은 언제나 나보다 컸다.그래서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p.72)


때로 여행은 물건으로 기억된다. 살다 보면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조금씩 모서리가 둥그러지며 사라지는데, 물건 속에 담긴 기억은 여전히 처음처럼 생생히 남아선 나와 함께 살아간다. 일상과 섞여서 잊혔다가, 다시 발견됐다가. 그렇게 섞이고 섞여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의미가 붙는다. (p.170)



브런치 구독자 1.3만 명, 누적 조회수 200만 작가 청민이 들려주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일상의 순간들.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바이러스 때문일까? 여행, 이 단어가 참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 유년 시절에서부터 이십 대까지, 청민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함께한 여행은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베시시 웃었다가 또 그리움에 가슴이 쿵쿵쿵 뛰었다가, 참 다양한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일렁인다. 그립고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래도 우선 든 생각은 즐겁다였다. 집에만 있어 답답했던 속이 조금이나마 트였다고나 할까. 낯선 여행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설렘. 이래서 여행을 그리워하고 또 떠나게 되는 건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한동안 그 마음을 잊고 살았다. 방황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그런 순간들이, 그 마음이 오늘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정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순간들! 그 좋은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함께 나누고픈 마음!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어른인 나는 어찌 그렇다 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작가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내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에게 많은 걸 보여주고 또 직접 체험하며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무얼 하든 제약이 많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작가처럼 나도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고 작게나마 위로가 되고 또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데 나중에 지금을 추억하게 될 아이들은 어떤 오늘을 떠올리게 될까. 작가가 들려주는 일상 곳곳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힘든 현실이지만 마냥 어렵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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