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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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눈을 뜬다. 심장이 갈비뼈에 닿을 것처럼 세차게 뛴다. 무엇인가 나를 깨웠는데 뭔지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누워 숨을 참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뭐가 뭔지 생각하려 애쓴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든다. 방 안에 누군가 있다. 레오가 아닌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근처에 불빛이 없다. 가장 가까운 램프는 책상 위에 있다. 너무 무서워 움직일 수도, 눈을 뜰 수도 없다. 꾹 닫힌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그자가 어디 있는 걸까? 숨 쉬는 소리가 들려야, 어떤 움직임 같은 게 감지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만 할 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조차 쉬지 않으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 있는데 그 순간 누군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이 사라져버린다. (p.123)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데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무도 믿지 말아요.” 로나 아주머니가 정말 나를 안으며 그렇게 속삭였을까, 아니면 내가 착각한 걸까? 내가 착각한 게 틀림없다. 집에 혼자 있는 로나 아주머니가 속삭여야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에드워드 아저씨는 밖에 나갔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이기 전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 떠올리려 애쓴다. 윌과 이브에 대해 말하고, 마리아와 탐신에 대해, 그리고 레오에 대해 언급했던 것 같다. 레오에 대해 경고했을 리는 없다. 로나 아주머니는 레오를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면 윌과 이브를 의미하는 걸까? 어쩌면 문을 열기 전에 내가 윌과 얘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마리아나 탐신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면 속삭인 적이 없으니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른다. (p.156)





보안이 철저한 런던의 호화로운 주택 단지에서 연인 레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앨리스. 그런데 이곳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수군대는 이웃들, 집들이 파티에 나타난 낯선 남자,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레오까지. 특히 주민들을 초대한 집들이 파티에서 앨리스가 본 낯선 남자는 아는 사람도, 본 사람도 없고 급기야 주민들은 모든 것을 앨리스의 망상으로 몰아간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은 와중에 새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레오 역시 들키면 안 될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레오는 모든 걸 알고도 왜 말해주지 않았을까? 죽은 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정말 남편에게 살해당한 걸까?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앨리스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다지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위험한 결말이 그녀를 맞이한다.


그녀의 망상일까? 아니면 진짜? 앨리스, 레오, 이웃 주민들, 이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중개인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놓인 주인공 앨리스가 겪는 의문의 사건들은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교차 되면서 점차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손에 땀을 쥐는 이 긴장감 어쩔 거야? 보안이 철저한 만큼 폐쇄적인 이곳, 비밀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의심과 불안이 극한에 달하는 순간 마주하는 반전은 그야말로 사이다 킥!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탁탁탁! 그간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한순간에 정리되어 버렸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붙들고 있었다. 엄지척! 역시 심리 스릴러의 여왕 B.A. 패리스답다! 범인은 누구?! 단언하건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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