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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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지요. 이때 문제의 원인은 작아진 나일까요? 작게 만든 그일까요?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틀린 건지, 저 사람에 의해 ‘틀림을 당하고’ 있는 건지. (p.12)

 

상대가 작정하고 심리를 조종하기 시작하면 파악이 어렵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결정권을 상대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이 옳게 들리고 스스로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나를 위해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나만 노력하고 희생하면 이 모든 게 해결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관계는 무엇보다 함께 행복해야 합니다. 관계 안에서 불행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기력감이 느껴진다면, 자꾸 죄책감이 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횟수가 많아진다면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처음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77)

 

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비겁해도 괜찮아요. 연약한 방법이라도 괜찮습니다. 해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시작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야 합니다. 한 번도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초라하고 유치한 방법이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그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무기력감으로 바닥 친 마음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틔워줄 것입니다. 계속되는 성공 경험의 양분을 먹고 자라 언젠가는 당당한 목소리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p.165)

 

가스라이팅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을 교묘히 조종하고, 그 상대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문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 정확히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TV매체를 통해서였다. 두 연예인의 범상치 않은 연인관계. 그래서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면 연인관계가 제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 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내 말로 인해 내 아이가 평생 슬픔을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솔직히 처음엔 의아했다. 아이가 아닌 이상, 어떻게 자신이 가스라이팅 당하는 걸 모를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알았다. 그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소리 없이 다가와 야금야금 조금씩 내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또 병들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끔찍하게도 저자의 말처럼 가스라이팅은 일상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인, 가족, 직장 동료 등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던 것! 그 순간에는 몰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 맞았다. 불과 얼마 전에! 정말 저자의 말처럼 그로 인해 나는 스스로 자책하고, 탓하고 내가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고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다. ㅠㅠ 책에는 정말 별의별 가스라이팅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좋았다. 다양한 사례로 그만큼 더 폭넓게 이해하고 또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우리 모두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것이었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마음을 조정하고 또 반대로 조정 당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스라이팅은 생각보다 사소하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단순 명료해 보이지만 꽤나 복잡하고 심각한 가스라이팅! 끊어야 할 관계를 끊지 못하면 서서히 내가 죽어간다. 나 자신을 위하고 또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되지 않을 땐 과감하게 끊어내는 게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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