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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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누군가 내 귓구멍에 젓가락을 넣어 뇌를 휘저어 대는 기분이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몸을 조여 왔다. 멈춰 서면 토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달렸다. 빨간불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자 차들이 급정거하며 경적을 울려 댔다. 나는 양재천으로 내려갔다. 한밤처럼 어두웠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시계를 봤다. 8시 20분이었다. 사람들과 자전거를 피해 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목구멍 안쪽에서는 녹슨 못을 씹는 맛이 났다. 폐가 폭발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달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 버릴 테니까. (p.87)

 

 

 

현실을 비집고 서서히 조여오는 진짜 공포! 닫혀 있는 방, 초신당, 양꼬치의 기쁨, 뒤로 가는 사람들, 상실형, 초대받은 손, 흉터, 기억의 꿈, 내 이름은 제니, 두 시간 후, 지구 멸망까지 저자는 총 열 가지의 이야기에 공포를 장전하여 소리를 죽여가며 독자들을 서서히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공포라는 장르의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섬뜩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렇게 거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공포와 카타르시스가 함께 공존한다. 하나둘 쌓아온 감정과 욕망을 풀어놓는 바로 그 순간! 억압된 것들에서 벗어나 스릴과 쾌감에 젖어 든다. 아주 기이한 이야기! 공포와 전율이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져 버린 듯 기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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