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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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책도, 신문도, 펜도 없다.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내가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으리라 잭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 작은 기회의 창이라도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연극이 되어버린 삶을 더 이상 어떻게 지탱해나갈 수 있을까? (p.97)

 

잭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도망쳐봐. 아니면 저 사람한테 말해봐. 저 사람은 어때? 내가 너를 가둬두고 있다고, 내가 괴물이고 살인자라고 해봐. 하지만 그전에, 주변을 봐. 내가 데려온 이 아름다운 식당을 봐. 그리고 생각을 해보라고. 지금 먹고 있는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와인을. 네가 포로 같아 보여? 내가 괴물, 살인자로 보여?” 그럴 리가 없지. 그래도 계속하겠다면, 말리지 않을게. (p.134)

 

 

 

 

그레이스에게 결혼은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재판에서 져본 적 없는 가정법률전문변호사, 잭 에인절. 다운증후군이 있는 그녀의 여동생 밀리까지 손수 책임지겠다는 그의 청혼은 정말이지 너무나 황홀했다. 그런데 첫날밤 완벽하고 다정한 그녀의 남편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은 사이코패스로 돌변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남들 앞에서는 아내를 과잉보호할 정도로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자, 종종 저녁 파티를 열어 이웃과도 잘 어울리는 완벽한 남자 잭. 하지만 저녁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가면 잭은 그녀를 감금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난 당신 남편이야.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은 75일, 과연 그레이스는 밀리가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이 집으로 오기 전까지, 사이코패스인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벽한 집과 완벽한 남편에 완벽한 생활?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부부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고 있는 한 마리 나비처럼, 남편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하루하루가 너무나 위태로운 그레이스. 책은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며 팽팽한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사실 처음에는 고구마를 우걱우걱 씹어 먹은 것처럼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는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나 철두철미하다. 이제 그만, 그녀가 이 끔찍한 세계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길 간절히 소망하며 책장이 빠른 속도로 넘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그 끝에 다다랐을 땐 통쾌함보다 안도감이 먼저 고개를 들이민다. ‘이제 끝났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진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남성보다는 여성 독자들에게서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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