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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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한다. 아름다운 변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변화는 하루 빨리 일어나길 고대하지만, 변할까 봐 두렵기만 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p.43)

 

 

초콜릿이 주는 위로 덕분에 우리는 때때로 실패와 좌절, 근심을 잊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의 모든 좌절과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초콜릿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초콜릿을 먹고 마시는 것에 더는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곤란할 테지만. (p.89)

 

 

자기 앞에 놓인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수고와 협력,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 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이제 나는 정말로 식탁에서 팔을 떼고 내 안에 있는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찾아 꺼내어 놓고, 음식을 가득 채운 접시를 앞에 두고 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주 잠깐. 그렇지 않으면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p.300)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영화 <파니 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한 재료의 말들. 처음엔 음식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책의 소재가 된다. 일본의 녹차와 쌀밥, 오니기리 그리고 매실짱아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크누스트. 베트남의 쌀국수. 순도 100퍼센트의 행복을 안겨다주는 파스타. 오렌지,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부엌 ······. 전 세계에서 차곡차곡 쌓인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홀린듯이 빠져든다. 참 맛깔스럽다. 그리고 생생하다. 눈앞에 저자가 말한 음식이 하나둘 놓여져 있는 것 같은 기분! 그 부작용으로 자꾸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에 살아가면서 마주쳤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또 마주치고 그 반복의 시간 속에서 그녀가 경험했던 다채로운 추억에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음식 하나에 이야기 하나, 단단하게 내밀어진 그녀의 생각들. 어떻게 보면 꽤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철학에 웃음이 묻어난다. 이 사람 정말 진심인데?! 그녀는 지금 우리 눈앞으로 보이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고와 협력 그리고 동물과 식물들의 희생을 진심을 담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반복된 일상 속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자신, 개인의 책임과 생존의 무게를 아주 실감나게 그려낸다. 요리 하나에 담긴 마음과 그 마음을 마주하는 태도,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다.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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