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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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문과 바닥 사이에서 갈색 연기가 모락모락 흘러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연기가 흘러 들어온 바닥에서 갈색 알갱이가 눈으로 들어왔다. 모래다. 모래 먼지가 춤을 추고 있다. 이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사락사락하는 소리는 모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소리였던 것이다. (p.68)

 

아그작. 모래 씹는 소리가 입 안에 울려 퍼졌다. 순간, 오한이 온몸을 뛰어다녔다. 온몸에 달라붙은 모래 감촉을 견딜 수 없었다. 목, 턱 밑, 귀 뒤, 팔, 팔꿈치, 오금, 허벅지······. 숨이 막히고 어지러웠다. 모래 냄새가 코를 덮쳤다. 모래가 콧속을 지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수십, 수백 개의 모래 알갱이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앞이 캄캄해지는 공포에 휩싸이며 확신했다. 이제 내 차례다. 나도 드디어 이상해질 것이다. 나보다 먼저 이상해진 친구들처럼. (p.112)

 

남편의 전근으로 도쿄에서 살게 된 사사쿠라 가호.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도시의 삶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어느 날 소꿉친구였던 히라이와와 재회한다. 그의 집에 초대를 받은 후 히라이와 부부와 할머니를 만나며 가호의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어가지만, 그의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아아아아 하는 기분 나쁜 소리, 집 안 곳곳에 쏟아져 내리는 모래. 가호는 괴이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히라이와는 아무 이상 없다며 단언한다. 한편 낡은 단독주택을 지켜보는 한 남자. 그는 이 집과 엮인 이후로 머릿속에서 모래가 사박사박 소리를 내면서 뇌를 잠식해가는 감각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히가 고토코라는 여자가 그의 집을 찾아오는데······.

 

그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원래의 당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을 잇는 히가 자매 시리즈 제3탄! 최강의 영매사 히가 고토코, 그 첫 시작의 이야기 <시시리바의 집>! 주의)히가 자매 시리즈를 접하면 난리가 난다. 너무 재밌어! 이번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 솔직히 약간 기대를 덜어내긴 했다. 작가의 전작이 하나같이 쟁쟁했으니까. 보기왕이 온다?! 이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극한의 공포에 얼마나 떨었는지···. 이후 후유증으로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한동안 현관문 근처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었는데! 이어서 두 번째 즈우노메 인형?!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크흐흐흐흐흐 붉은 실로 얼굴이 칭칭 감긴 인형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 책에 얼굴을 박고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었는데! 시리리바의 집은?! 껄끄럽다. 무척이나 껄끄럽다. 마치 내가 모래알을 삼킨 듯한 기분! 사아아아아, 스으으윽, 사박사박, 각각의 단어가 자아내는 긴장과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공포 속에서 숨이 멎을 지경이다. 조용한 곳에서 읽으면 더하다. 공포에 짓눌려 점점 말이 없어진다. 움직이는 건 두 눈과 책장을 넘기는 손뿐! 이것 또한 그전 작품들처럼 끝까지 정주행 각!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 책마다 소재도, 형식도, 공포의 내용도 모두 달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작가님의 작품들! 꼭 하나씩 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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