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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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많은 걸 바꾼다. 세월을 비껴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세월을 그대로 관통해 몸과 마음에 진한 삶의 무늬가 새겨진 사람도 있다. 살아보니 변해서 좋은 때도 있고,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경우도 있다. 나라면 어떨까. 변해서 좋은 사람이고 싶다. 바람이 불면 낭창이고, 길이 구부러지면 굽은 대로 걸어가고, 무엇보다 모르는 게 있으면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P.9)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엔 눈을 부릅뜨고 온 마음을 기울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처럼 깊은 어둠에 잠겨 눈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세상의 밝음을 볼 수만 있다면 그 삶은 아름답다 말할 수밖에 없다. (P.56)

 

사람들은 행복을 어디선가 ‘오는 것’이라 말하곤 하지만, 행복이 그런 먼 곳에서부터 오는 추상적인 것일 리 없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이다. 내가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선택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것이다. 나는 행복의 시작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힘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미래의 꿈조차 부모가 대신 꿔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맘 아픈 일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느라, 다른 사람의 얘길 듣느라, 남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속 고통이나 말들을 얼마나 무시하며 산 걸까. (P.100)

 

 

여기저기 저자가 펼쳐놓은 글 위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내가 가장 예뻤던 순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 가장 즐거워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이들 중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하루가 모이고 모여 내 인생의 나이테가 차곡차곡 늘어간다. 지나간 세월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현재의 나와 마주한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도, 미래의 나도, 나라는 건 변치 않을 테니까.

 

참 좋았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이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리고 다시 지금 이 책과 마주했더라면 그때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을 내 생각과 감정을 비교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개정판 작업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원고를 마주하고 여기저기 손을 본 저자처럼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추억하며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말이다. 다른 책에서도 이미 보여줬듯이, 조근조근 백영옥 작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하다. 실패의 연속이었던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로, 실패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그간에 마주했던 여러 오답들을 통해,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그녀.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감하면서 그 시간들을 나누다 보니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어른의 시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이지만 이왕이면 좋게 더 좋게! 좋은 게 더 좋은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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