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다른 형태로 변이된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런 악몽 같은 일이 전역에서 실제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전설이라느니 비현실적라느니 그런 태평한 소리는 늘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대미문의 사태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동요하는 민중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서둘러 대책을 수립해야 했다. 그 결과, 현상은 난치병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병명은 ‘이형성 변이 증후군’, 다른 이름으로는 뮤턴트 신드롬이라 부르기로 했다. (p.15)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을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명체로 변이시키는 병이 발생했다. 일명 ‘이형성 변이 증후군’은 사회적으로 낙오한 후 스스로를 방에 가둔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이들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정부는 법을 제정해 이 병에 걸린 환자를 사망자로 간주하고, 일체의 인권을 적용하지 않기로 선포한다. 물리적인 죽음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빠뜨린 기이한 병이 나라 전체에 퍼지는 가운데, 평소처럼 그냥 점심 먹으라고 아들을 부르러 갔던 미하루는 다그닥다그닥 기묘한 소리에 이끌러 벌레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아들과 맞닥뜨린다. 그것은 몸집에 비해 크고 둥근 머리. 측면에는 겹눈이 있고, 개미처럼 완강해 보이는 턱을 가지고 있는, 지네처럼 무수하게 많은 다리를 가진 벌레였다.

 

책을 읽으면서 단번에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보았던 그레고르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그는 인간인가, 벌레인가? 그리고 이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말한 그레고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집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활동한 것에 반해, <인간에 맞지 않는>에 나오는 미하루의 아들 유이치처럼 벌레로 변해버린 이들은 정부가 법을 제정해 이 병에 걸린 환자를 사망자로 간주하고, 일체의 인권을 적용하지 않기로 선포한 상황. 벌레의 본능과 모습을 가졌지만 그는 분명 인간이었다. 외부로 보여지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인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을 뿐, 그는 분명 인간이었다. 과거 인간이었던, 지금은 벌레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 의문은 책을 읽는 내내 우리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박수를! 정말 요 근래에 들어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