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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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찰인 한국은 경찰청을 정점으로 지방경찰청을 거쳐 경찰서로 이어지는 하향식 지휘체계인 반면 미국은 상향식이다. 주경찰과 보안관은 시경찰을 지원할 뿐 지휘감독하지 않는다. 경찰업무는 기본적으로 최하위 정부 단위인 시 · 타운 · 빌리지 소관이고, 이들이 재정문제나 효율성 차원에서 경찰을 구성하지 않거나 다른 정부 단위에 도움을 요청할 때만 상위단계인 보안관이 돕는다. 그래서 대도시인 시카고의 경찰도, 그 옆의 링컨우드라는 소도시의 경찰도 규모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똑같이 독립적인 경찰이다. 두 도시가 속한 쿡 카운티의 보안관도, 일리노이주의 주경찰도 이들을 지휘감독하지 못한다. 소도시의 경찰서 하나가 자체적인 경찰청이며 지방경찰청인 셈이다. (p.20)

 

한국경찰은 범인이나 민원인과 몸을 부딪쳐가며 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원활한 공무집행을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지만 미국경찰은 그렇지 않다. 잠재적 총기소유자인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려고 하다가는 큰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총으로 완전히 제압하고 수갑을 채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한국경찰보다 운동을 해야만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간혹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뚱뚱한 경찰관도 있고 비쩍 마른 경찰관도 있다. (p.102)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있어서 직접 수사도 많이 하고,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다 보니 경찰과의 관계도 파트너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검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근에는 수사 조정권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간혹 경찰관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검사의 기소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니 서로 불편한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검사장은 선출직이다 보니, 경찰노조를 중심으로 투표 때 특정 검사장의 선출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경찰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기소를 하고 법정에서 피고인 측과 싸워 재판도 이겨야 하는 검사들은 경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원이 많아 목소리가 큰 경찰에게 당하는 인상을 많이 준다. (p.139)

 

 

 

자치의 나라 미국을 지키는 힘, 강한 공권력의 대명사 미국 경찰의 실제 모습! 자치경찰제, 시민과 공권력, 총기사건과 인종차별 등 2021년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한국의 현직 경찰서장이 2017년 2월부터 3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 영사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한 미국 경찰의 진짜 얼굴들. 책은 말 그대로 미국 경찰의 종합보고서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보안관은 진짜 경찰인지, 경찰관이 다른 제복을 입은 경찰관을 체포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지 같은 가벼운 호기심부터 우리가 막 시작하려는 자치경찰제를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미국 경찰의 시스템, 우리와는 달리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수사를 하는 경찰이 검찰과 협력하는 모습, 경찰노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사회 제도적인 문제들까지 미국 경찰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다.

 

그동안 우리가 TV나 드라마를 통해 흔하게 접하던 미국 경찰이 아닌 실제 미국 경찰의 모습이라니,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하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찰은 얼마나 다를까. 국가경찰 없이 자치 경찰만으로 어떻게 치안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내는지, 강한 공권력이 가능한 사회적 구조는 무엇이고 이를 견제하는 통제장치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총기사건에서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 저자는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경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다양하게 살펴보며 일반인은 알 수 없는 경찰의 근무환경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하고 있는 한국경찰. 그리고 앞서 변화를 이룬 미국 경찰. 저자는 이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현장의 경찰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또 인터넷과 책을 뒤져가며 자료를 찾아냈다. 여기에 저자의 경험이 어우러지니 미국 경찰의 모습들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평소 미국 경찰에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듯! 그만큼 내용이 방대하다. 그리고 이와 무관한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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