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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마약을 잘 모릅니다. 우리는 마약떡볶이와
마약김밥을 먹고, 마약베개를 베고 잠을 자지만, 그것들은 아쉽게도(!) 진짜 마약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약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 마약은 삶을 파탄 내는 악마의 약. 결코 해서도,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 둘, 마약?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한번 해보고
싶다. 동경과 혐오. 얼핏 보면 이 둘은 완전히 상반된 감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결코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동경하거나 혐오합니다. 우리가 마약에 가지고 있는 인식은 관념적입니다. 실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죠.
(p.6)
마약이라고 해서 어디
지옥에서 자라는 특별한 식물이 아닙니다. 한반도에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대마를 길렀고, 지금도 안동 지역에서 대마를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마를 키운다고?” 놀란 분들도 있을 텐데, 삼베옷을 만드는 삼, 그게 바로 대마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담배 대신 대마를
피우는 어르신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죠. 그러나 군사정권에서 대대적으로 대마 금지 정책을 펴면서 대마밭이 사라지고, 대마초를 피우던 문화도
사라졌습니다. (p.62)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즐거움을 위해
오락용으로 하다가 중독되는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치료용으로 약물을 투여했다가 중독되는 경우죠. 통계에 의하면 1950년 대까지 치료용으로
마약을 사용하다 중독된 경우가 즐거움을 위해 마약을 하다가 중독된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결국 당시 마약중독은 사람들이 절제를 못 했기
때문이 아니라 치료에 실패한 결과였죠. (p.123)
우리가
몰랐던 마약의 역사, 마약의 종류와 구분, 마약 금지 정책, 한국의 마약 실태, 마약은 다 똑같을까? 어떤 마약 통제 정책이 가장 실용적일까?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마약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신기하다. 마약이란 게 어디서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불법 마약 거래단이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마약 밀수단이 발각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마약을 밀거래한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경찰이 마약상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마약을 압수하였습니다, 연예인 o씨가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다 발각되었습니다 등 언론으로만 접하던 마약을 이렇게 접하게 될
줄이야. 오후 작가님 감사합니다!
사실 궁금하긴 하지만 알아보면 큰일 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탓에
다들 전전긍긍. 하지만 저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유쾌 발랄하게 채워나간다. 갑자기
분위기 역사 시간! 저자는 단순히 마약이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판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마약을 나쁘다고 말하기 전에 마약이 무엇인지, 마약이
왜 금지되고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마약에 빠지는지, 다양한 종류의 마약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재미있는
사례들로 엮어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약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뿐하게 와해시켜버린다. 유쾌, 통쾌, 플러스 재미!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마약! 모두가 쉬쉬하는 이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면 반칙 아닙니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후 작가의 말빨에 또 한 번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가벼워 보이지만 나름 묵직한 마약 교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