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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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 지금은 즐겁지가 않다. 임시로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새 집을 위해서 지내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나도 이제는 이것저것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 것이 아니니까. 그러면서 이 동네도 어쩐지 조금 무서워졌다. (p.32)

 

우리는 집이 없어서 갈 데가 없었다. 장우네는 집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무언가가 많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기회도 많은 것 같았다. 우리 집은 우리가 내릴 결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였다. 장우네는 여러 환경을 고려해서 알맞은 집을 선택했다. 우리 아빠도 꾸준히 직장을 다녔고, 엄마도 전문 요리사였다. 그런데 우리와 장우네는 왜 이렇게 다를까. 가우네는 우리 삼촌 같은 사람이 없어서일까. 엄마가 주위에 나쁜 사람만 없어도 반은 성공한 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쁜 삼촌 때문에 벌써 반이나 실패한 걸까. 순간 나도 모르게 아빠가 빨리 삼촌을 자길 바랐다. 그래야 실패한 반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70)

 

 

작년 겨울, 삼촌의 거짓말에 속아 온 식구가 철거를 앞둔 화원의 비닐하우스로 이사를 온 현성이네. 분명 보상금이 나오는 봄까지만 이 토굴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면 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주인이 자기 땅과 꽃집에 대한 보상을 다 받고 떠난 상태. 보상금으로 건너편 언덕길 아래에 있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려던 부모님의 계획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꽃집이 우리 집이 아닌 것이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현성이는 이사 오면서 잠시 쉰 학원들을 더 오랫동안 쉬게 되었고, 아빠는 자동차를 팔아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프리랜서 출장 요리사인 엄마는 이사 가려고 했던 건너편 아파트 어느 집의 가사 도우미로 취직을 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심부름으로 간 마트에서 마주친 반 친구 조장우. 심심했던 둘은 함께 놀며 아지트도 공유하고 이날을 계기로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김려령 작가의 3년 만의 신작~!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불행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착실한 아이들의 이야기. 책은 동화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소재로 인해 마냥 동화 같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크게 마음에 와닿는다. 경제적 어려움과 다른 집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관계.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놀림감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눅 들기는커녕 서로의 아픔을 함께 이해하고 또 공감하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나간다. 어려운 난관을 긍정적으로 잘 극복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 서로를 탓하며 다투는 어른들과는 달리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현성이와 장우의 모습을 보며 우리 어른들이 배울 점이 더 많아 보인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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