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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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멀리서 보였다. 지금은 침대 옆에 있다. 오도카니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써도 알 수 있다. 날 리 없는 기척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데······. 머릿속에서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새 시야 한쪽 구석에 있던 그 모습이. 녀석의 모습이. (p.11)

 

흔한 악마 이미지나 우리가 아는 마녀 전승에 숨겨진 저주스럽고 무시무시한 이야기. 그것이 현대에 되살아나서 등장인물을 무섭게 바꾸어놓았다. 그곳에는 사악한 뜻이나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하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도덕이나 선악에 관계없이 인간이 결코 손대서는 안 되는 것은 지금도 이 사회의 바로 옆에, 바로 뒤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섬뜩한 생각을 하는 작가가 있다니. (p.66)

 

눈물로 뿌예진 시야 끝에서 작고 검은 물체가 움직였다. 멍하니 그 물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느새 나의 두 다리 사이로 이동했다. 기모노. 후리소데. 검은색 후리소데를 입은 작은 소녀. 두 팔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다. 새하얀 손과 손가락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떠올랐다. 길고 가느다란 목은 약간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새하얀 목과 새까만 머리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얼굴에는 붉은 실이 칭칭 감겨 있었다. 의식이 폭발하면서 기억과 눈앞의 광경이 하나로 이어졌다. 붉은 실. 교류 노트. 유카리가 쓴 도시전설. 눈앞에 있는 소녀는 사람이 아니다. 인형이다. 즈우노메 인형이다. (p.146)

 

 

 

잡지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후지마는, 마감 전에 갑자기 소식이 끊겨버린 작가 유미즈를 찾기 위해 동료 이와다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그들이 마주한 것은 끔찍하게 죽어 있는 유미즈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와다가 후지마에게 종이 다발을 건네는데, 그것은 유미즈의 집에 남겨져 있던 육필 원고였다. 유미즈의 사망 원인이 원고에 있을 거라는 이와다의 얘기에 후지마는 반신반의하며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섬뜩한 도시전설을 읽기 시작한다. 그 뒤로 검은색 예복 차림의 단발머리 인형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알 수 없는 괴이함에 두려움을 느낀 후지마는 유미즈의 후임자인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그의 약혼녀이자 영능력자인 마코토에게 도움을 청한다.

 

잔뜩 겁부터 집어먹고 읽기 시작한 책. 첫 줄에서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아, 내가 제일로 꺼려하는 공포 소설. 전편 <보기왕이 온다>에서는 안절부절하며 책을 읽다가 퇴근해서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신랑을 보고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는데 나 괜찮을까? 절대 공포영화 근처에도 안 가는 내가 이걸 읽다니······. 그만큼 나름 큰 결심이 필요했던 책이었다. 읽으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는 건 안 비밀! 작가의 필력은 여전했고 오랜만에 만난 노자키와 마코토는 반가웠으며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는 그 전과 비교하면 몇 배나 더 강력해졌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크흐흐흐흐흐흐 붉은 실로 얼굴이 칭칭 감긴 인형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 무조건 책으로 시선 집중!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저주. 주문. 요괴. 퇴치. 진정.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가슴이 조마조마! 계속되는 긴장감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주위가 너무 조용하니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너무 무섭다.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까?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에잇, 오늘 밤은 다 잤다. ㅠㅠ

 

 

 

 

** 본 포스팅은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저의 솔직한 후기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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