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조는 시동을 끄면서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쳐다보지 않으면 요정 왕국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르니까. (p.8)

 

그녀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이가 미처 깨끗이 닦아내지 못한 흙 자국이길 바라며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흙이 아니었다. 목과 왼쪽 어깨 위에 푸르스름한 타박상이 있었고 오른쪽 허벅지에는 긁히고 멍이 든 자국이 있었다. 그동안 목을 감싼 후드 티 때문에 멍 자국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왼쪽 팔에는 누군가가 세게 거머쥔 듯 손가락 자국 같은 표시가 있었다. (p.45)

 

 

암으로 엄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조애나 틸. 그녀 역시 엄마와 같은 병을 진단을 받고 두 가슴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 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게 되자 일에만 몰두한다. 예비 조류학자인 조는 어느 날 숲에서 꾀죄죄한 차림의 한 소녀를 마주한다. 부모를 찾아주려던 그녀에게 아이는 자신은 외계인이며, 지구에서 다섯 개의 기적을 만나고 나면 자기 별로 돌아가겠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조는 아이의 몸에 난 상처와 멍 자국을 발견하고, 학대받는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 아이라는 생각에 옆집에 사는 달걀 장수 개브리엘 내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던 두 남녀는 함께 아이의 과거를 파헤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마침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주기 시작한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을 제치고 아마존 소설 분야 작가 랭킹 1위에 오른 괴물 신인 작가 글렌디 벤더라. 그녀가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숲과 별이 만날 때>. 불완전한 몸을 가진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그리고 멍투성이로 숲에서 발견되어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아이까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다. 그 중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아이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소설의 압권이다. 찬물을 끼얹은 듯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판타지로 시작해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거쳐 스릴러까지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팔색조 같은 소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로운 인물들로 인하여 절로 관심이 집중되는 소설!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입고 모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그 안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여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눈에 눈물이 하나 가득 고이는 감동적인 이야기!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