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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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G에 잡혀서 올라온 감자같이 생긴 동글동글한 망간단괴들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5,000m 깊이의 심해저에 왜 이런 검은 덩어리들이 존재하는 걸까? 이렇게 깊은 바닷속에 있는 금속 덩어리까지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망망대해의 푸르름과 검은 망간단괴 그리고 팀원들과의 끈끈하고 효율적인 팀워크, 바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p.23)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남극 대륙은 늘 얼음으로 덮여 있는 차가운 대륙이다. 그 이미지는 대체로 옳다고 볼 수 있지만, 남극 대륙이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가령 남극 로스섬에 있는 미국 맥머도 기지 주변의 에레버스화산, 남극반도 근처의 디셉션섬은 최근에 활동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또한 한국의 장보고 기지가 있는 테라노바 베이 근처 멜버른산도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남극 대륙의 빙원 아래에도 아직 인류가 감지하지 못한 수많은 활화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얼음 속에 불이 들어 있는 셈이다. (p.54)

 

체험한 바다마다 느낌이 모두 달랐지만 중요한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간편한 복장으로 갑판에 나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배의 관제실에 있는 선교의 지붕에 올라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은 정말 장관이다. 별이 너무나도 반짝거려 마치 쏟아질 것만 같았다. 문명의 세계와는 다른 대양적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라온호가 항해하고 있는 남극 바다는 내가 경험한 다른 바다들과 너무도 달랐다. 바람이 매섭고 날씨가 춥고 해황은 나쁘니 갑판에 나가 편한 복장으로 맑은 공기를 마실 수도, 심하게 흔들리는 선교에 올라 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도 없다. 대양의 느낌보다는 배 속에 갇혀 있다는 답답한 느낌이 강했다. (p.127)

 

 

“배 타는 과학자는 오늘도 바다로 출근합니다” 남극 해저의 새로운 맨틀을 발견하여 30년 동안 고착되어온 학설을 뒤엎고, 무진 열수 분출구와 신종 생명체 아라오나의 발견으로 남극 해저 한복판에 한국의 이름을 새긴 해양과학자 박숭현. 그가 들려주는 남극 해저 탐사기, <남극이 부른다>. 이 책에는 첫 탐사의 회상에서부터 바다와 지구에 얽힌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그의 반평생의 탐사와 연구에 관련된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에서 남극까지는 약 1만 3,400km. 매번 풍랑을 견디며, 짧게는 일주일도 채 되지 못하는 탐사를 위해 수개월에 이르는 여정을 떠나는 탐사대원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변덕스러운 기상과 극한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그들은 남극 해저에 숨은 지구의 비밀을 찾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는 본인의 굳건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남극 중앙 해령 탐사와 연구는 현재 진행형. 아직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날것의 상태로 놓여 있어 지금까지 온 것보다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해양과학자와 함께 떠나는 신비한 남극 여행! 일반인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이므로 저자와 함께 남극을 탐사한다는 마음으로 읽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만년빙으로 뒤덮여 사시사철 겨울이 이어지는 곳, 펭귄들이 사이좋게 모여 사는 곳,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땅. 파면 팔수록 흥미진진한 남극! 저자가 말한 모든 것들이 눈앞으로 생생히 그려지고 또 서서히 흐려져 간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절경,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움트는 생명 그리고 해저에 숨은 지구의 놀라운 비밀들까지.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분야라 더 흥미로웠다. 총 소요 시간 40일. 그중 탐사 시간은 7일.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날씨와 상황. 늘 생각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경이롭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실제로 보면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꼭 내 두 눈에 담아보고 싶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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