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장님 - 2020년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0
이지음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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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상자 속에 계신 분이 사장님이십니다.”

커다란 소파 옆 사과 상자 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드러누운 채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흰색 몸에 코 옆에 노란 점이 있는 고양이였다. 토실토실한 몸에 털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데다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고양이는 첫눈에도 부잣집에서 귀하게만 자란 고양이 같았다. 한쪽 팔만 상자 위에 올리고 다리를 꼬고 반쯤 누운 모습이 무척 거만해 보였다. (p.10)

 

 

사장님 온몸을 빗질하는 건 하루의 필수 코스였다. 사장님은 이 시간을 무척 좋아했는데 부침개 뒤집듯 몸을 뒤집으며 빗질을 쉬지 말라고 다그치곤 했다. 귀, 이마, 엉덩이, 목덜미 부분을 빗질해 줄 때면 좋아서 가르릉거렸다. 집사 알바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잡무가 많은지. 삼 년 전쯤인가? 엄마한테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른 적이 있었다. 그땐 고양이 집사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줄 상상도 못 했다. (p.33)

 

 

 

 

벌써 사흘째 허탕이다. 동네를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애들은 안 된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빌라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가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 모집> 용모는 상관없고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생(어른은 안 됨). 사장님 말씀에 충성해야 함. 오시는 길, 눈을 감고 왼쪽 골목으로 백 걸음, 오른쪽으로 토끼뜀 서른 번, 왼발로 콩콩 스무 번?! 뭐야? 장난 아냐? 초등학생을 구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흔지 않으니 밑져야 본전이다, 위험하니까 눈을 뜨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분홍색 커다란 대문 앞이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나온 실장님을 따라 면접을 보러 들어갔더니 뭐라고? 저 상자 속에 담긴 토실토실한 고양이가 사장님이라고?! 어렵게 구한 생애 첫 아르바이트 잘 해낼 수 있을까?

 

 

 

“난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데다 지혜로운 사장이다냥~!” 네 발 달린 고양이가 사장님? 헐!!!!!! 세상에 이런 일이!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식사 및 간식 준비, 화장실 청소와 영상 촬영, 구독자 댓글 관리, 온 집 안의 털 청소하기, 낮잠 재워 드리기 ······. 이걸 진짜 혼자서 다 해? 이리저리 바쁘다, 바빠. 고양이 나이로는 열두 살, 사람 나이로는 예순 살 할아버지. ㅋㅋㅋ 입가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귀여운 사장님의 자태에 하트 뽕뽕. 흥미진진, 재미와 감동의 적절한 조화. 무엇보다 아이들의 주의를 끌 만한 소재가 너무나 많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고양이 등!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우리가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랑은 차원이 다른 신개념의 아르바이트!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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